몰매

                           김혜순

 

「A가 좋아」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B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C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았고, B가 좋아라고 말해서 C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A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았고, B에게 맞았어라고 말해서 C에게 맞고, C에게 맞았어라고 말해서 A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A, B, C 모두 달려와 나를 때렸다.

나는 이제 「맞았어, 맞았어」라고 말하며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누구를 좋아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별에서』 김혜순시집. 문학과지성사. )

 

 

누구는 때리고 누구는 맞고.

때리는 사람에게는 진실이 없다.

제발 때리지 마라.

누구든 맞으면 아프다.

때리지 말고 말로 하자는 저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