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갈매나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4.8
통영
통영은 갓이 많이 나는 곳이다.
구마산(舊馬山)에서 배를 타고 오다 멀리서 보면 갓 같기도 하다.
바람맛도 물맛도 짭짤한 통영은 전복, 해삼, 도미, 가재미가 좋고,
파래에 아가미 젓갈 호루기 젓갈이 좋다.
새벽이 되면 거리에서는 쾅쾅 북이 울고,
밤새 바다에서는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집집이 아이만한 대구를 말리고,
염소수염을 한 황아장수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을 가진 주인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 하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에는 돌각담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머리를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같고,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蘭이는 明井골에 산다.
明井골에는 冬柏나무 푸른 甘露 같은 물이 솟는 明井샘이 있는 마을이다.
샘터엔 처녀며 색시들이 모여 오구작작 물을 깃는다.
내가 좋아하는 蘭이가 그 가운데 있을 것만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蘭이는 푸른 가지에 붉게붉게 冬柏꽃 피는 철이 오면
他關으로 시집을 갈 것만 같다.
옛날 將帥를 모신 낡은 祠堂의 돌층계에 주저앉아 이 저녁 울 듯 울 듯,
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蘭이는 지붕이 낮은 집, 담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고 있다.
統營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장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가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 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갓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客主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갓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든데
명정明井골은 산山을 넘어 冬柏나무 푸르른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明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갓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冬柏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갓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女人은 평안도平安道서 오신 듯 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지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시 바로 읽기』. 해설/고형진. 현대문학.)
... 7연 하나는 통째로 그 ‘난’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으로 일관한다.
명정골에서 명정샘이 있는 마을로, 다시 그 샘터의 어딘가로 난이를 찾아가며,
그 ‘난’이가 타관으로 시집가지 않을까 걱정하기까지 한다.
... 7연에서는 ‘난’이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녀에 대해 끝없이 솟구치는 연정을 반영한다.
여기서 시인의 통영길이 왜 그렇게 기쁨으로 충만하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기행의 상상적 구조를 빌려 쓴 연시(戀時)다. (고형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봄꽃이 많이 핀 학교에 있다.
학교에는 꽃나무도 많아,
학교가 옛날의 꽃城성 같다.
공주 같은 흰나비와 뺨이 하얀 박새가 교실 창문으로 드나들고,
아이들이 옛날에 산 사람들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고,
나는 주인을 잃은 털이 하얀 염소가 되어 꽃밭을 헤맨다.
교실 창문으로 보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나는 울 듯 울 듯.
꽃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나를 향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웃을 듯 웃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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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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