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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글쓴이
이현우 저
어바웃어북
평균
별점9.7 (12)
mk1506

 

 

 

   세계사의 흐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먼저 전쟁사를 살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쟁에 얽힌 원인과 결과를 따라가면 세계의 패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비단 그 전쟁에 얽힌 나라들 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의 상황까지도 말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의 중심지가 스파르타로 옮겨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이 내전은 그리스의 쇠락을 불러와 알렉산더 대왕이 지중해와 서아시아 일대를 통일하고 헬레니즘 문명을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전쟁의 역사는 세계사에 무지한 내가 조금이라도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요약노트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전쟁사에 미술까지 결합해 더욱 기대가 됐다.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는 전쟁사를 시간순으로 설명하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약간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랄까? 제목에 걸맞게 주제와 관련된 회화, 조각 그리고 유적지 사진들이 한 페이지에 여러 개씩 실려있다.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돼 눈호강하면서 읽었다.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 2장은 '사사로운 감정이나 자만이 패배로 이끈 전쟁들', 3장은 '전쟁에 관해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 4장은 '국가적 관점으로 바라본 전쟁'을 주요하게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건 현대의 문화 중엔 생각보다 전쟁으로 인해 만들어진 관습들이 많다는사실이다. 의식주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인사법까지도 전쟁문화의 산물이 그대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충성"을 외치며 손날을 보이는 거수경례는 중세시대 서구에서 시작된 인사법이다. 이는 투구로 가려진 본인의 얼굴을 상관에게 드러내기 위해 투구를 벗던 예절에서 비롯됐다. 투구가 후에 군모로 바뀌면서 약식으로 손날을 보이는 인사로 굳어진 것이다. '악수' 또한 "나는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칼을 쥐는 손인 오른손을 서로 움켜쥐는 예법에서 나왔다고 한다. (p.176-177)

   전쟁으로 인해 만들어진 의복문화의 예로는 손목시계, 하이힐이 있다. 원래 손목시계는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19세기까지 남성들은 주로 회중시계를 사용했다. 그러나 전쟁에 현대전 무기들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천 발의 총알이 날아드는 전장에서는 회중시계를 꺼낼 여유조차 사라졌고 더 간편한 손목시계가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p.154-159) 반대로 지금은 여성들만 착용하는 스타킹과 하이힐은 18세기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스타킹은 기사들이 갑옷의 안에 받쳐입던 속옷이었으며, 하이힐은 말의 등자에 발을 고정시키는 목적으로 쓰였다. 코르셋 또한 본래 전사의 신체보호를 위해 사용되었으나 전쟁에 총을 사용하게 되면서 필요성을 잃고 여성속옷으로 쓰이게 되었다. (p.20-25) 전쟁 때문에 여성의 패션이 남성의 필수품이 되기도 하고, 전장의 필수품이 여성의 패션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기능성'을 잃고 '미'의 용도만 남은 의복들이 여성의 패션으로 옮겨왔다는 점은 씁쓸하기도 하다.

   한편 전쟁문화는 현대의 교육에도 이어지고 있다. 게릴라전이 도입되기 이전에, 대부분의 전쟁에서는 오와 열을 맞춰 정사각형 모양의 진형을 만드는 '방진체계'가 표준이었다. 장교들은 사각 진형을 유지하고 살아남은 병사의 수를 빨리 파악해야했기 때문에 곱셈 능력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우수 병력자원 생산이 공교육의 목표가 된 19세기에는 '곱셈', '시계 보는 법', '표준어 발음구사'가 중요해졌다. 또한 오와 열을 유지하기 위한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의 제식훈련도 강조됐다. (p.86-91)초등학교에 들어가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들엔 이런 역사가 숨어있다니 흥미로웠다. 또 군대문화에 쉽게 편입되도록 국가가 국민을 교육한다는 점은 국가의 존재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생각보다 현대의 문화 중에 전쟁의 산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 신기했다. 전쟁이 단지 국경선이나 지배문화를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의복같은 관습도 전쟁에 맞게 진화되어 왔다니. 주변의 물건들이 전쟁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상흔이라 생각하면 문득 섬찟하다. 그리고 그만큼 전쟁이 가진 무거움을 실감하게 된다.

    옛날에 <스펀지>라는 지식충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마치 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만 쏙쏙 잘 뽑아서 정리한 것 같다. 무겁고 딱딱한 전쟁사가 아니라 흥미로운 주제별로 정리하여  전쟁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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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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