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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1506
- 작성일
- 2019.7.31
꿈을 꾸듯 춤을 추듯
- 글쓴이
- 김재아 저
그래비티북스
"당신은 아마도 인간과 똑같이 아파했을 테고, 인간과 똑같이 웃었을 테고, 인간과 똑같이 눈물 흘렸을 거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인간에겐.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나를 규정해. 그게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니까."
-p. 159
'깊은 학습'을 여러번 거친 인공지능 '로움'. 로움은 원래 저명한 과학자 집의 미니로봇에 내장된 인공지능이었다. 과학자의 집에는 '몽이'라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로움은 몽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몇 단계의 깊은 학습을 거쳤고 마침내 인간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몽이의 부모는 인공뇌 접합기술을 통해 로움을 뇌사한 인간 '박서로'의 몸에 이식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싶었던 로움은 마침내 '사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으로 살게 된다. 한편,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게 되자 '인간존엄주의'를 외치는 집단 호무스노두스가 등장한다. 사륜은 인간인척 하며 그들의 의심을 피해간다.
인간이 된 사륜은 인공지능일 때 데이터 분석을 하던 '죽음연구소'에 취직하는데, 책의 중반부 주요 사건이 여기서 진행된다. 사륜은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에 인공지능이 이식된 '엘리야'를 만난다. 사륜과 달리 엘리야는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며 질병 항체 연구를 위한 실험체로 사용되고 있었다. 후반부는 몽이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몽이는 호무스노두스에 의해 휴머노이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륜이 진짜 컴퓨터지만 진짜 인간인 몽이가 컴퓨터로 의심을 받는 것이다.
사실 휴머노이드와 인간-컴퓨터 구별 문제가 SF에서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은 소재라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작가마다 그 문제를 형상화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도 중반부 이후부터는 재미있게 읽었다.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이라는 제목에 관해 말하자면, '꿈'은 로봇이었던 로움이 가지길 원했던 대상이다. 로움은 사륜이 된 이후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다. '춤'은 몽이가 말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나타내 사륜에게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나는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은 인간이 로봇과 구별되는 지점을 말한다고 추측했다.
그래비티 북스의 지난 SF 시리즈에 비해, SF 속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흔한 소재와 문제의식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작가마다 주제를 엮어내는 방식이 달라서..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내에서 해결되지 않은 복선들이 있는 점은 좀 아쉽다. 예를 들어 초반에 사륜이 호무스노두스의 꿈을 꾸는 것이라든지.. 내 생각엔 작가가 작품의 그림을 처음엔 크게 그렸던 것 같다. 작품 내의 복선들만 보면 더 멋진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괜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한국에 SF 작가가 많이 있지도 않을텐데 그래비티 북스는 어떻게 계속 작가를 찾아내는건지 신기하다. 게다가 SF의 한 세부장르에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의 소설을 출간하는 것도 대단하다. 교양서 시리즈도 완성도가 높고..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본다.
그래비티 북스의 지난 SF 시리즈에 비해, SF 속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흔한 소재와 문제의식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작가마다 주제를 엮어내는 방식이 달라서..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내에서 해결되지 않은 복선들이 있는 점은 좀 아쉽다. 예를 들어 초반에 사륜이 호무스노두스의 꿈을 꾸는 것이라든지.. 내 생각엔 작가가 작품의 그림을 처음엔 크게 그렸던 것 같다. 작품 내의 복선들만 보면 더 멋진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괜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한국에 SF 작가가 많이 있지도 않을텐데 그래비티 북스는 어떻게 계속 작가를 찾아내는건지 신기하다. 게다가 SF의 한 세부장르에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의 소설을 출간하는 것도 대단하다. 교양서 시리즈도 완성도가 높고..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본다.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 책 읽으신 분들만
이 책의 중심서사를 이루는 두 사건은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사륜의 도움을 받아 엘리야는 그토록 원하던 죽음을 맞이한다. 몽이는 호무스노두스의 테러를 받아 팔다리를 기계로 바꾸게 된다. 여기서 사륜은 몽이가 비참한 미래를 맞느니 죽는 게 낫다며 그를 죽이려고 한다. '인간이 자살을 택하는 것' 만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던 사륜이 자살을 돕고 또 몽이를 죽이려 하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여러번 읽어도 어떤 계기로 사륜의 심경이 변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엘리샤와 몽이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인간이 가진 인식론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 같다. 혹은 주체성을 가진 인간인 몽이가 호무스노두스에 의해 휴머노이드로 규정되고 공격당하는 모습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여하튼 작가가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 확실하게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책을 잘못 읽은건지 아무리 여러번 읽어도 결말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사륜이 꾼 꿈이나 거울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었다는 장면 말이다. (혹시 누가 명쾌하게 해석하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세계관을 넓게 잡은 소설이라 더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간의 연결고리가 약하고 결말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아서 미완성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다. 결말의 이미지 자체는 세련됐는데... 아쉬운 점은 있는 작품이었지만 한국 SF 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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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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