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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정드레스공식계정
- 작성일
- 2019.8.28
굴하지 말고 달려라
- 글쓴이
- 도바시 아키히로 저/이규원 역
북스피어
일본 에도시대의 참근교대를 다룬 소설이다. 참근교대(參勤交代)란 다이묘들이 정기적(보통 1년 단위)으로 에도와 영지를 오가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이 지방 영주인 다이묘들이 힘을 축적하지 못하게 고안한 데에서 시작했다. 막대한 소요 비용이 들어 다이묘의 경제력을 허비하게 했고, 처자식을 에도에 두어 일종의 인질을 잡는 기능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백 명의 참근단이 일주일에서 두 달이 넘는 장거리 여행에 나서면서 숙박업, 유통업 등 상업 발달과 함께 화폐 경제 발달을 촉진했다. 에도는 인구 100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고 인구 집중에 따라 거대 소비 시장과 생산 공급 시스템이 생겨 났다. 수준 높은 수공예, 문화, 예술이 발달했다. 결국 참근교대는 뜻하지 않게 전일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근대화의 길을 닦은 제도가 되었다. 이 제도를 소설에서 어떻게 녹여냈는지가 궁금했다.
교호 20년(1735년) 봄 도구카와 요시무네 쇼군 시절, 일본 동북 지방의 작은 유나가야 번 4대 번주 나이토 마사아쓰는 가까스로 참근을 마치고 돌아와 온천욕을 하며 쉬고 있다. 그런데 곧바로 다시 참근하라는 막부의 명령을 받는다. 5일 내에. 이는 막부의 누군가가 마사아쓰의 영지를 몰수하려고 계략을 꾸민 것이다. 에도에서 멀리 떨어진 동북쪽 끝에서 출발해서 5일만에 에도에 도착해 쇼군의 성에 출석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만한 비용도 없다. 지혜로운 가로 소마가 고뇌 끝에 8명의 정예가 초고속으로 달려가는 방법을 낸다. 빈 가마에 원숭이를 넣고 번주도 옆에서 달린다. 닌자인 단조를 고용해서 길잡이를 맡겨 산속을 달려간다. 한편 유나가야를 탐내어 이 모든 계략을 꾸민 막부의 로주 노부토키는 닌자 무리를 고용해서 이들의 참근교대를 방해한다. 이러저러해서 모두들 무공이나 인성이나 다 성장하고, 다 좋은 관계를 맺고, 노부토키는 벌 받고, 한 주요한 등장인물은 사망하지만 대체적으로 해피엔딩.
이 소설은 원래 영화 대본이었다가 소설화되었다는데, 일본에서 판매 누계 23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영화다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묘사가 돋보인다. 읽다가 몇 번이고 빵! 터졌다. 괜히 비장하고 피칠갑하는 정통 사극이 아니면서도 당시 에도의 풍물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현대적 사극영화대본이라서 그런지, 충성이나 일본정신 같은 점보다 우정과 대등한 인간 신뢰를 강조하는 점도 신선했다. 일본 역사에 대해 기본 지식이 없다면 덜 재미있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만 <올빼미의 성> 등, 닌자가 등장하는 일본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추.
북스피어의 다른 낭만픽션 시리즈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시바 료타로나 야마오카 소하치와 다르게, 시대를 즐기면서 인간성을 긍정하며 서술하는 일본 역사 소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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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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