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냥 영화

껌정드레스공식계정
- 작성일
- 2009.1.11
더 폴
- 감독
- 타셈 싱
- 제작 / 장르
- 인도, 영국, 미국
- 개봉일
- 2008년 12월 4일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을 보는 듯한 뿌듯한 느낌을 내게 준 영화이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바로 매표소로 달려가 한장 더 예매하고픈 충동!
1915년, 미국 LA의 한 병원. 무성영화시절의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말에 타는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던 여배우는 배신한다. 이에 로이는 역시 떨어져서 팔이 부러져 입원한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를 재미난 이야기로 꾀어 자살용으로 쓸 모르핀을 훔쳐오게 시킨다.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스페인 총독 오디어스에게 원한을 사 무인도에 유배된 5인의 전사가 무인도를 탈출, 오디어스를 찾아 복수하러 가는 내용이다. 도중에 '미스틱'이라는 전사도 합류, 나중에 이야기를 듣는 소녀도 이들이 위험에 빠지자'밴디트'의 딸로 실제로 이야기에 개입, 등장한다. 이 영화 속 이야기 장면의 화면이 매우 영상미가 뛰어나다. 이들 오방색의 전사들이 오디어스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타지마할, 만리장성, 자유의 여신, 에펠탑 등 전세계의 유명 건축문화유산을 다 '찍고' '돌고' 다닌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경은 거의 사막과, 벽돌로 만든 건축물을 배경으로한 건조한 북인도 지방이다. 평소 영화배경으로 자주 보지 못한 지역인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혹시 CG작업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참 이야기가 재미있어질만 하면 로이는 이야기를 멈추고 심부름을 시킨다. 한번의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로이는 절망하고, 영문도 모른 채 소녀는 '잠 푹 자기를 원하는' 로이를 위해 약을 훔치려 갔다가 추락, 뇌를 크게 다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로이에게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조르는 소녀. 로이는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라는 듯이, 그동안 거의 소녀의 영웅이었던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죽여간다. 이제 로이의 여인을 빼앗아간 남자배우의 얼굴을 한 오디어스의 칼에 주인공 밴디트 - 로이가 죽으려는 순간이다. 그러나 소녀의 눈물어린 호소에, 로이 자신이었던 주인공은 살아나, 배신한 여인을 두고 미련없이 소녀와 돌아선다. 오디어스는 자신의 칼에 기대었다가 스스로 찔려서'알아서 죽는다.'악역이지만 그를 직접 죽이지는 않으면서 복수를 이루는 착한 결말.
영화는,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이야기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을 살리는 구조를 보인다. 하반신마비에 애인을 빼앗겨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는 어른, 그의 비극적인 이야기에 울면서 개입하는 '해피엔딩'과 '권선징악'을 믿는 5세 소녀가 결국 로이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 준 것이다. 제목은 <더 폴>The Fall. 추락이지만 엔딩은 추락아닌 비상이다.
빼어난 영상미에 비해 이야기 구조가 부실하다는 평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순간순간 소녀의 상상에서 이야기속 등장인물의 얼굴이 실제 병실근처 사람들의 얼굴로 바뀌는 점이라든가, 중간에 이야기 끊고 능청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힘'을 믿는 순진하지만 강한 소녀(소녀 자신도 살해된 아버지의 상처가 있다)가 끝내 이야기로 어른을 치유하는 멋진 판타지였다.
하나 더! 영상만큼 멋진 음악이 흐른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영화 마지막에서 로이의 스턴트 장면을 다함께 보는 장면 이후 엔딩까지. 비극적이면서도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느낌.
또 하나 더! 영화감독 타셈 싱은 20년간 상업광고를 찍고 모은 사재를 털어 4년간 28개국에서 이 작품을 찍었다고 한다. '언젠가 돈 벌면 내 일을 하리라, 내 꿈을 이루리라'고 하는 사람은 많다. 실제 하는 사람은 적다. 타셈 싱. 주목하리라!
밴디트 일당이 납치한 오디어스의 약혼녀. 이야기속에서 소녀가 좋아하는 간호사이자 로이를 배신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동료 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지만, 다시 이들은 배신당한다.
밴디트(로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죽은 동생을 묻으며 그의 피로 물든 천에 대고 복수를 맹세한다.
그런데,,, 이거 너무 아름답게 처리된다.
헤엄치는 코끼리(?)를 타고 탈출해 도착한 해안. 큰 화면으로 보면 눈이 시려요~
이 영화를 위해 실제로 집들을 다 푸르게 칠했답니다.
복수를 위해 뭉친 5인의 전사들. 한국 고유의 색감 "오방색"을 싱 감독이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흑, 황, 적, 백, 록의 5인은 다 소녀의 실제 병원의 주변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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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