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냥 소설

껌정드레스공식계정
- 작성일
- 2011.11.17
오셀로
- 글쓴이
-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펭귄클래식코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귀족인 브라밴쇼의 딸 데스데모나는 흑인 장군 오셀로를 사랑하게 되어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다. 곧 투르크 함대가 당시 베네치아의 영토였던 키프러스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에 신혼부부는 키프로스로 향한다. 한편 이아고는 부관의 자리를 차지한 캐시오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계획하는데 그 방법은 오셀로가 부인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아고는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주었던 손수건을 훔쳐 캐시오가 줍게 만들고, 이를 오셀로에게 이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황과 증거를 조작한다. 이에 오셀로는 속아 넘어가 데스데모나를 죽인다. 이후 진실이 밝혀지자 오셀로는 자살하고 이아고는 처형당한다.
그러면 왜 셰익스피어는 굳이 오셀로를 흑인으로 설정했을까? 이아고의 부추김에 어이 없이 넘어가 아내를 의심해서 죽이기까지 하는 오셀로. 이는 분명 오셀로의 마음 속에 젊고 아름답고 귀족출신이고 백인인 아내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 이런 찌질이 의처증 환자(너 자살하지 않았으면 내가 때려 죽였어) 오셀로를 감히 대영제국의 장군이나 백인으로 설정했다면 아마 작가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게지.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피부가 검다는 의미의 '일 모로'를 그냥 그대로 '무어인 남자'로 받아들여 작품화했던 것 같다.
한편, 이아고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이아고는 '야곱'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예수의 12사도 중 한 명이었던 성 야곱은 스페인을 상징하는 수호 성인이다. 셰익스피어 당시 영국은 경쟁국 스페인과 해상 지배권을 놓고 대립하던 중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작품 속 악인을 스페인 사람으로 설정한 것 같다.
반면, 정숙한 백인 귀족 여성으로 등장하는 데스데모나의 경우에는 아무 문제 없을까?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라밴쇼는 마지못해 오셀로와의 결혼을 허락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조심하라고, 아버지를 속인 여자가 남편은 못 속이겠냐고. (도대체 결혼하는 딸을 축복을 못할망정 사위에게 뭐 하자는 건지?) 나중에 오셀로는 이 말을 떠올리며 아내를 의심한다. 결국 데스데모나는 남편을 속이지는 않았지만, 가부장인 아버지를 속이고 거역한 죄로 죽게 되는 셈이다. 이거, 과연 옳은 것일까?
그 시대와 역사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가치를 지닌 명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흑인 오셀로와 스페인인 이아고에게는 당시 영국의 경쟁국 스페인과, 정복해야만 할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유색인에 대한 적개심과 편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또한 데스데모나에게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당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연극 공연을 위해 쓰인 대본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된 연극은 지금으로 치면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나 티비 드라마 정도의 대중성을 누렸다. 이러한 성공한 대중 작가로서 셰익스피어는 영국 대중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편견을 반영해서 작품을 썼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선망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이아고나, 질투와 열등감으로 파멸해가는 오셀로라는 인간형 묘사는 정말 최고다. 당시 뿐만 아니라 21세기 현재에도 주위에 이런 남자들, 덕장에 황태 널리듯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이 명작은 명작이다. 그러나,,, 생각해 가며 읽어야 한다. 막장 드라마에 몰입하는 아줌마, 할머니들 욕하는 멀쩡한 지식인들이, 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문제점은 못 보고 명작이라고 예찬만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기본적으로는, 다 그게 그거다.
(참, 당시 손수건은 여자의 속옷 개념이었다. 그렇기에 오셀로가 손수건에 광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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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