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이슬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잘돼가? 무엇이든
글쓴이
이경미 저
유선사
평균
별점9.4 (21)
이슬

귀여운 삽화와 따뜻한 느낌의 표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요즘은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가 어려운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에세이가 최고다.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동의와 공감을 바라진 않는다. 마음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 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 내진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p.79)



 



온화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특별히 누구를 미워하지도 또 미움을 받지도 않는 캐릭터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마음이 무너져있는 것을 느낀다. 다 밉고 다 싫고, 이런 싫은 티를 감추는 것도 너무 힘들다. 내가 무엇을 그리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나이 50이 다된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나쁜 줄 알겠다. 나도 마음이 지옥이고 동시에 그런 싫은 티를 받는 상대의 마음도 지옥인 게 뻔히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감춰지지가 않는다 숨겨지지가 않는다. 남이면 그냥 안 보고 살겠는데. 내 아들이, 내 남편이 미울 때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둡고 긴 터널을 외롭게 지나던 시절이 있었다.



약도 안 듣는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혼자 견뎠다.



 



입은 꼭 다문 채 점점 마르고 새까맣게 변해가는 나를 본 뒤로 엄마는 매일 밤 편안히 잘 자라문자를 보내주었다. 어두운 망망대해 위해 혼자 남은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때, 엄마의 문자는 그날 밤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빛이었다. (p.218)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를 하늘로 보낸 지 이제 5개월이 채 안 되었다. 이렇게 마음이 지옥일 때 엄마한테라도 마음을 털어놓고, 같이 욕하고, 위로받고, 또 엄마에게서 해결책(?)을 듣고 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남편 이야기, 자식 이야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누워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니까. 내 안에 꾹꾹 눌러 담고 참고 하면서 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몰래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훔치곤 한다. 이렇게 무너진 와중에도, 남편이 자책하는 건 싫고, 나 때문에 애들이 힘들어하는 건 싫으니, 힘든 티도 못 내겠다. 도와달라고도 못하겠다. 나 때문에 다들 힘들어질 것 같아서, 참고 견딜 때까지 견디고, 더 이상 못 견딜 때는 뭐. 하늘이 알아서 해 주겠지.



 



집안에 한 사람이 아프면 나머지 가족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더니 우리도 그 징크스를 비껴가지 못했다. 나는 동생과 영원히 화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p. 265-266)



 



.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다른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는구나. 처음 알았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고 많이 괴로워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집의 경우는, 엄마가 아프면서 아빠와 남자 형제들 간의 불화가 생겼다. 그동안 아빠와 아들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 주고 중재자 역할을 해줬던 엄마가 사라지니 아빠는 아들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몰라했다. 오빠도 남동생도 아빠에게 따뜻하게 곁을 주려 하지 않았다. 아빠는 딸인 나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으셨고, 아들들과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엄마의 역할을 내가 하기에는 (남자 형제들은 내 아들이 아니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중간에서 노력하고는 있지만, 남자들 간의 간극이 좁혀지는 것 같지는 않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래서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거 같다. 여보 당신은 나보다 먼저 가요. 내가 당신보다 조금 늦게 갈게. 남자 혼자는 못살아. 그래도 나는 여자니까 혼자서 있어도 자식들이랑 잘 지낼 수 있으니 내가 조금만 더 있다 갈게요. 늘 그러셨다. 우리 엄만.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겠지. 나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무겁고 복잡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편안하게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머리와 마음을 식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이슬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12.2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2.27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11.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1.4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11.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1.4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96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56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