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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bh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10.16
정치적 자유를 찾는 이들에게 사유란 무기다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 정치적 자유를 찾는 이들에게 사유란 무기다. 사유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하여 논한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보자. 나치 정권의 전체주의와 홀로코스트 문제에 천착한 아렌트가 찾아낸 것은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다.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이주시킨 나치 친위대 중령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은 결코 괴물이나 악마가 아니었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장이자 맡은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성실한 공무원이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을 저질렀다. 예루살렘 법정에서 아이히만을 지켜본 아렌트는 사고할 능력이 없음이 결국 악을 불러온다는 충격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렌트는 시대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멈춰서 생각하고, 우리가 무슨 행위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 시대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과거의 행위는 더욱더 돌이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현실 속에서 미래의 방향을 찾아내는 정치가 필요하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현실 속에 있다.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념과 이데올로기도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의 방향을 정해줄 보편적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어떻게 우리는 끝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미 익숙한 현실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강한 호소력을 갖는 사람들에게 한나 아렌트는 중요한 사유의 촉매이다. 한나 아렌트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결코 명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도, 보편타당한 정치 이념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아렌트는 특정한 길로 직접 이끌어주는 길잡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도록 우리를 끊임없이 이끄는 자극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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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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