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리뷰

moonbh
- 작성일
- 2024.3.18
국회의원 이방원
- 글쓴이
- 이도형 저
북레시피
조선 태종 타임 슬립,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이도형은 13년 차 현직 기자다. 8년 동안 정치판을 취재해왔다. 거기에 역사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던 탓에 태종 이방원을 소환해, 우리 정치판을 다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산물이 <국회의원 이방원>이다. TV 드라마 철인왕후처럼 셰프로 명성을 얻던 남성이 조폭들에게 쫓겨 병원 창문으로 떨어져 코마 상태로, 때마침 조선 철종의 왕비가 된 여인이 자살을 기도하여 궁궐의 저수지로 뛰어드는데. 순간 몸이 바뀐다. 현대의 남성이 조선 왕비의 몸으로. 이 소설은 소신과 강단의 아이콘으로 방송패널로 얼굴이 알려진 대학의 정치학 교수 이동진, 지금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당시 정권의 실책을 조목조목 이론적으로 지적, 야당의 검으로, 정권교체 후, 인재영입으로 여당의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데,
밖에서 본 정치판과 안에서 겪는 정치판은 180도 달라, 이게 내가 바라던 꿈 꿔왔던 정치판인가, 후회와 실망 속에서 국회의원을 그만둘 생각도, 여당의 실세로 학원 재벌 문화부 장관 양종훈(비리 온상의 상징), 조선 초기 삼봉 정도전에 버금갈 정치인 원내대표 김태현, 이 둘 사이에 갈등, 국회부의장 후보를 두고, 양측의 경쟁이 물밑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화부 장관의 재산문제가 불거지는데, 이동진은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가, 미래는 오리무중, 공천은 물 건너간 듯한 분위기…. 종묘행사에 참여한 이동진 앞으로 쏟아진 위폐….
정치란 이런 거야, 인재론과 리더십론
혜성같이 나타난 이방원, 이동진의 몸으로, 소설의 흐름은 “여(余, 나, 내)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인가? 아조(조선)은 지금의 국왕에게 패했는가? 로 시작되는 이야기, 등장인물 역시, 우리 국회라는 세계의 질서를 엿보게 해준다. 잘나가는 의원보좌관, 권모술수에 스펙까지 짱짱한 미래 국회의원의 원대한 포부를 안고 몸을 낮추고 모시는 의원을 비위는 맞추는 부류에서, 나름의 정치관을 가지고 의원이 되겠노라는 희망, 소신파, 어쨌든 몇 사람의 용이 나오지만, 나머지는 토룡에 ”토사구팽“이 되는 모습을, 정치부 기자의 일상, 의원이라 하지 않고 ‘선배’라 불렀다고?,
무관의 제왕인 기사, 정치판을 끼웃거리며, 공을 들여, 의원으로 입신하는 이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는,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기자가 아닌 작가로 제 할 말을 하는 듯하다. 소설에 작가의 사고와 가치가 투영되지 않았다면 이는 생명이 없는 것이니….
조선왕조실록 태종 편에 나온 기록들의 뒷이야기를 수행비서 수찬(이름도 꽤 신경 쓴 듯 홍문관 수찬이란 벼슬을 생각해보면) 비서관 류다혜(다모를 연상케 한다), 보좌관 장선호, 자기가 모시던 의원을 저격한 원내대표의 보좌관 송인혁(조선 서인 세력의 막후 조정자였지만 서자라 출사를 못 했던 송익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정치권에서 보좌관은 서자(?)요 의원은 적자인 듯한), 강단진 정치부 기자 유한주(조선 시대 사간을 연상케 하는) 등 현실의 캐릭터를 녹여낸 이미지들이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 언론의 부추김에 들뜨면 칼춤을 추게 된다고, 결국 쏟아낸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베려 하니, 이 소설은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평이하게 쓰였다. 몰입도도 있고 쉽게 읽히지만, 그 행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무엇을 느끼게 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 야 양당의 움직임이 제대로 보일지도….
소설의 주인공 이동진은 자신의 소신대로 틀 안에서 틀을 보는 것은 큰 정치를 못 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현실의 이방원은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이슈 몰이를 할 줄 안다. 보는 눈과 정치에 관한 이해가 달랐던 것이다. 이동진의 깨어났지만, 이방원의 의식으로 살았던 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정국은 급물살을 타는 데 처가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대통령에게 문화부 장관 양종훈은 승부수를 던진다.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짓는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대통령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이 역시 우리 정치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아무튼,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고….
이방원과 이산, 태종을 정조로 바꿨다면 이야기 전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7세기 말, 정조 시대를 그렸다면, 정조가 조금 더 살아 순조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 화성에서 새로운 국가 건설을 준비했다면, 탕평해나가면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키웠다면, 60년 동안의 외척 준동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이 시기에 세계사와 흐름과 맞닿게 된다면, 유학을 버리고 실용, 개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했을까? 꼬꼬무다.
이 소설은 신박하다고 그칠 게 아니라, 깊숙이 들여다보면, 바로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 그 자체다. 보좌관을 그저, 수단과 도구로 여기지 말고, 인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방원이 줄 곳 이야기하는 것은 친척이든 공신이든, 인재론과 리더십론이다. 인재는 친소와 관계없이 능력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재적소, 리더는 백성이 곧 하늘임을(이른바 왕도정치), 날마다 받는 밥상을 백성도 같이 받는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말,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근본 물음을 제기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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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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