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초반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내가 지나갈때마다 나를 보고 쑥덕거린다. 그런데 나는 모르는 얼굴이다. 하지만 대놓고 욕을 하는건 아니다. 기분탓이겠지 넘겨보지만 그 증상은 심해진다. 심지어 이제는 가까운 친구들까지 나를 욕하는 것 같다. 그때부터 나의 과거를 되짚어본다. 내가 욕먹을만한 모든 상황을 생각해본다. 용기내어 친구들한테 사과도 해보지만 왜그런걸로 사과하냐며 어이없어 한다. 이제는 내 주변에 모든 소리가 내 욕으로 들린다. 병원도 가봤다 하지만 들어주기만할뿐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 그때부터 생각해봤다. 나는 왜 욕을 듣는걸까 사람들이 진짜 욕을 하는걸까 친구들은 분명 아니라고 하는데 친구들이 거짓말을 하는걸까 내가 착각하는걸까 수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혼자 생각해봐야 답이없다. 그래서 일단 친구들과 가족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씩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내가 사람들을 판단하는 방식에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사람들의말 못할 고민이 뭔지 알고 있나 등등의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사람들을 1도 모르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말자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바로 내가 궁금해 하던 인간 본성에 대한 책이 였다. 하지만 그저 심심풀이 심리검사마냥 표면적인 내용일까봐 썩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 내용을 보니 수많은 심리학자료를 집대성한 책이라는 내용에 이끌렸다. 그중엔 나의 시각을 넓혀준 재러드 다이아몬드도 있었다. 그래서 믿고 거금을 투입했다.

이 책을 하루종일 읽었지만 다 읽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 일주일만큼 나에게 뜻깊은 시간은 없었던것 같다. 내가 이때까지 엄마아빠 기분이 나쁘면 다 내 잘못이라고 느끼는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봤고 나의 행동패턴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서 자위나하며 맴돌았고 상대방을 나의 기준으로 바라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표면적인 착함으로 그 상처를 메우려고 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비판보다는 공감이 먼저라는걸 알게되었다. 이성을 이성이아닌 한 개인으로 바라봐야되고 세상은 그 자리에 머물지않고 변화하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가까이함으로써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볼 용기가 생겼고 가족들과 대화도 더 많이하며 조금더 사적인 대화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나아갈 방향을 잡아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었으며 흔들리지 않을 삶의 소명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내 인생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