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한국사 사건 편을 읽다 보니 그동안 내가 읽으면서 습득했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사건 위주로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희미해지고 있는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단, 1945년 8월 15일 조국이 해방된 날 조용했던 이유에 대해 36년의 세월 동안 일제강점기를 거쳤기에 보통 집회의 주가 되었던 30∼40대가 자신의 조국을 일본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1945년 8월 15일 조용했던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해방> : 279∼288쪽

-1945년 8월 15일 낮 12시, 경성에서는 대규모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이우(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장남으로 조선의 마지막 왕자,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로 사망)

-장례식 시작할 시각에 라디오로 일왕의 항복선언

짐은 세계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하고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 정부로 하여금 미·영·중·소 4개국에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토록 하였다.

※ 일왕의 방송은 일반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왕실 용어로 이루어져 있었고, 녹음 상태도 좋지 않음(연합국의 요구인 ‘무조건 항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으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

“8월 15일의 경성은 마치 쥐 죽은 듯했다.”(소련 영사관 부영사의 아내 기록)

“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독립운동가 함석현)

심지어 해방 후에도 미군이 경성에 도착한 1945년 9월 9일까지는 일본군에 의해 치안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8월 16일 거리로 나와 광복의 기쁨의 만세를 부른 국민으로서는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이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개되는 비밀문서와 발견 및 발굴되는 역사 유적이나 서적,

그리고 거기에 훌륭한 역사 연구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에

나 같은 독자들은 역사 관련 서적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사건이나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41쪽 역사는 권력을 쥔 자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과거를 공부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하라고. 건강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갖는 것, 이 또한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79쪽 침략자들과 지배자들이 가하는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 그 이름 없는 영웅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30쪽 “어떤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한국을 일본에 병합시키겠습니다.!”(이완용이 이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한 말)

237쪽 사는 동안에는 죗값을 피했을지 몰라도 앞으로 계속될 역사의 심판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완용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273쪽 목숨을 걸고서라도 우리글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은 우리글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298쪽 조선 주둔 일본군은 자신들이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연합국에 항복했을 뿐, 조선에 항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연합군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올 때까지는 자신들이 조선인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었지요.

306쪽 일본군은 미군이 그 책임을 인계받을 때까지 북위 38도 이남에서 조선의 치안을 유지함과 동시에 행정기관을 그대로 두기 바란다. (미국 제 24군단 사령관이 일본 제17방면군 사령관에게 보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