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 나무

mujintree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6.10.3
"영화는 글쓰기라는 정적인 작업을 두 가지 판에 박힌 모습으로 제시해왔다. 하나는 골방에 처박힌 채 골몰해야만 하는 불안정한 직업이라는것, 다른 하나는 말하자면 보다 덜 역동적인 실내장식 일과 비슷한 안락한 책상머리 직업이라는 것이다. 영화 <커포티>는 작가가 글을 쓴다고 할 때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관찰이 인식으로 그리고 문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를 내가 본 이 주제에 관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영화의 묘사보다 이 이상한 소명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본질에, 그것이 명백히 사적이면서도 은연중에 공적인 행위이고 자아와 조우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자아를 내보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에 훨씬 더 근접한다."
"우상이란 참 희한한 것이다. 가수로서 전성기를 한창 지나고 뚱보가 되어 변기에 앉아 죽은 앨비스가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팬들의 상상력 속에 영원히 한 자리를 차지할 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최근까지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름다움, 성품, 또는 비극적인 위엄 같은 것들로 휩싸여 있었다. 이를테면 그레타 가르보, 엘리너 루즈벨트, 인디라 간디, 마릴린 먼로,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들이다. 물론 테다 바라나 진 할로처럼 은막의 요부, 또는 입이 거친 여장부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모방의 원형으로 오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20년 사이에, 미시건 주 출신의 대담한 가톨릭교도 처녀 마돈나의 부상을 기점으로 여성 우상에 대한 우리의 기호가 바뀌었다.
우리는 이제 그녀들이 덜 고상하고 더 훼손됐기를, 인생에 시달려보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상화와 그에 수반되는 시기에 바탕을 둔 위계적 형태의 관음증 대신 우리 모두가 공히 갖고 있다고 추정되는 중독, 울화, 체증, 치정 같은 지저분한 비밀들의 수준으로 똑같이 내려온 보다 민주적인(또는 보다 저열할 뿐인)형태의 관음증으로 옮겨왔다."
<우상들과의 점심>-상처입은 우상들, 돈 섹스, 브론테 자매, 그리고 핸드백의 중요성에 관하여 -데프니 머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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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