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화학을 재치 넘치게 엮은 책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스토리텔링 하나로 노잼 교과서와 꿀잼 책이 나뉜다

과학적 지식은 알려진 사실에서 크게 변하는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책의 소재 기체에 관한 과학적 지식은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샘 킨은 뻔한 과학적 지식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엮었고, 거기에 유머를 한 꼬집 더 쳤습니다. 그래서 노잼 교과서 내용이 꿀잼 책으로 바뀌는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성향을 알고 싶다면 머리말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머리말에는 작가의 성격, 말투,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다 있습니다. 사실 그러라고 쓰는 머리말이기도 합니다.

일부 분자는 그리 멀리 달아나지 못한다. 다음번 숨을 들이쉴 때 이 분자들은 바다로 멀찌감치 달아나기 전에 파도에 휩쓸려 해변으로 도로 밀려오는 바닷물처럼 다시 폐로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분자들은 조금 더 멀리 달아나 잠깐 동안 옆방에서 자유를 누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탕아처럼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자들은 대기 중의 분자들 속으로 흘러들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일부 분자들은 지친 순례자처럼 당신의 몸속으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내뱉은 분자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이 구간은 머리말 두 번째 장에 바로 등장합니다. 상상력이 꽤 풍부하고 제법 유쾌한 문장으로 적어낼 줄 아는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독자로서는 이건 그저 유쾌한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는 자신의 유쾌한 상상이 실제 분자의 수와 지구의 면적을 고려해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를 계산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지점입니다.

재밌는 표현들, 특히 질소에 관한 재밌는 사실들

- 오늘날 우리가 엄청나게 높은 기압에서 살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그리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초기의 공기를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소행성 충돌이 무조건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p.40.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가장 무던하고 편안하며 사라지지 않는 질소

- 질소 분자는 자연에서 가장 강하고 끊기가 가장 어려운 결합 중 하나인 삼중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소의 삼중 결합은 모든 분해 시도에 꿋꿋하게 버텨낸다. 대기 중에서 질속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다.……질소를 풍부하게 포함한 이 세 번째 대기가 훨씬 고요하고 편안한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은 생물에게 아주 중요한데, 질소는 다른 기체들과 달리 생명체의 분자들을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pp.75-76, 같은 책

삼중 결합의 질소가 얼마나 무던하고 편안하며 사라지지도 않으며 안정적인지를 작가는 공을 들여 설명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매료된 사실은 질소가 그렇기에 지구 대기에서 78%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하기에 다른 분자가 반응을 일으키고 사라졌다 생겨나길 반복하는 동안 질소는 편안하게 그저 계속해서 쌓이기만 하는 겁니다.

인류는 매년 암모니아 비료를 1억 7500만 톤 생산하고 있으며, 이 비료는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절반'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p.87, 같은 책

근현대사에서 인간의 식량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은 화학 비료입니다. 그리고 그 화학 비료에는 암모니아가 쓰이는데, 암모니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가장 안정적이며, 가장 대기 중에 많은 삼중 결합 질소를 분해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부제를 공기를 빵으로 바꾸다라고 지었는데 이는 정말 적절한 작명입니다.

카이사르의 숨

총평

카이사르의 숨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고등학교 화학적 지식이 있으면 깔깔 웃으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며, 화학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더듬더듬 읽어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교과서보다 더 일상과 밀접하게 화학적 지식을 알려준다는 겁니다. 그와 별개로 작가의 유쾌한 발상과 유머러스한 문장은 책을 붙잡고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