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귄있는애기

귄있는애기
- 작성일
- 2016.1.29
한국이 싫어서
- 글쓴이
- 장강명 저
민음사
장강명 작가의 다른 작품에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이 문장을 조금 바꿔서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진실"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바꾼 그 말이 이 책<한국이 싫어서>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원인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한국이 싫어서>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라는 다큐멘터리적 소재에 주인공 계나에게 일어나는 다소 판타지적인 일들을 첨가해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행복한 삶을 찾기위한 주인공 계나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내고 있다.
계나는 이민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 '한국이 싫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자극적인 대사와는 달리 이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처럼 한국을 떠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이 책을 통해 함께 그 답을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계나가 호주로 떠나기전, 계나의 언니, 동생, 친구들은 계나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문제들로 인해 직장, 시댁, 취업 등에 관한 고민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계나는 호주에서의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안을 찾게 되었지만 반면 계나의 지인들은 여전히 몇 년 전과 같은 똑같은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계나는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고, 그녀의 지인들은 여전히 한국에 있어서 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계나와 계나의 지인들은 모두 문제 상황에 직면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차이를 만든 것은 계나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고, 또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내놓은 해결 방안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까지 내보였던 반면 계나의 지인들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미뤄둔 채 불안정한 현재 생활 안에 있는 얼마 안되지만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는 작은 양의 안정감과 예측가능성만을 중시했다.
나는 계나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계나 지인들과 같은 사람일까? 사실 그동안 나는 계나와 계나 지인들 그사이 어디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제일 어울렸던 것 같다.
책 뒤쪽 작품해설에 내가 작가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감정들을 근사하게 잘 표현한 구절이 있어서 함께 남겨 보았다. 장강명 작가님이 가진 "독자의 삶을 과거와는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힘". 나도 그 에너지 덕분에 계나와 계나 지인들 사이 갈림길에서 나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된 것 같다. 이 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
완전한 전회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소설과 관련된 어떤 계기로 인해, 내안의 무언가가 변화되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장강명은 독서 이전과 이후, 독자의 삶을 과거와는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능력을 지닌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공들여 쓴 <한국이 싫어서>를 완독한 당신 역시 읽기 전과 읽은 후, 나처럼 (무)의식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찾는 작은 발판으로 나의 짧은 독해가 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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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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