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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sung
- 작성일
- 2024.11.27
우리가 고아가 아니었을 때
- 글쓴이
- 조재선 저
다시문학
“아름다운 파리를 상상한 사람들에게 파리 지하철 냄새는 실망을 안겨 준다.”
앗! 내가 느꼈던 파리인데? 지저분함으로 인해 잠시 앉을 자리조차 거부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파리 여행을 떠올리며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그 순간, 저자는 바로 그 옛날 우리나라의 지저분한 개천으로 나를 인도한다. 발을 담근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지저분한 개천이 흐르던 우리나라의 어렵던 그 시절 속에 어느새 나는 서 있다. 무언지 모를 배신감을 느끼게만 했던 프랑스 파리와 달리, 애잔함이 몽글 몽글 피어오르는 회상의 개천가 지저분함 속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이렇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물 흐르듯 적어 놓은 순간 순간의 찰나들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제공한다. 추억이 만들어주는 또 다른 화두 속에서 따스한 존재가 된다.
주제별로 저자가 담담히 풀어내는 과거의 실타래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애써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의 날실과 씨실을 엮어 나간다. 각자가 삶의 나날로 짜는 태피스트리는 아무도 모르는 전시장에 걸려있다. 그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설령 아무도 찾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이미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비밀이기 때문이다.”
설령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심지어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모든 시간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비밀인 것이다.
책 속에 정겹게 설정된 과거라는 무대에서 나는 그의 이웃이 된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이미 지나가 버린 나의 과거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고, 그에 대답하게 되는 신기한 체험은 저자가 나에게 선사하는 소중한 선물로 다가온다.
“사람은 살면서 책이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가? 그 모든 이들은 한 편의 대 서사 속 주인공이다.
혹시 당신이 만들어 온 과거를 소위 추억이라는 단어로 퉁 쳐 버리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뿌연 연기로 흩어져 있는 과거 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으로서의 나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 속으로 기꺼이 초대해 본다. 책의 목차에 있는 제목을 살펴보고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이 있다면 그 단어 속 나만의 추억 거리를 먼저 떠올려 본 후 저자의 글을 읽어보자. 어쩌면 먼저 가있던 저자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 반가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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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