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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글쓴이
원제 저
불광출판사
평균
별점9 (27)
벤투의스케치북

교양 수준이지만 유식(唯識), 아비담마, 초기경전, 금강경, 뇌과학으로 푼 불교, 양자역학과 불교 등 여러 책을 읽었음에도 원제(圓帝) 스님의 책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책은 꽤 독특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스님이 출가를 결행한 것은 대학교 시절 읽은 숭산 스님의 책을 읽고서였다.

 

숭산 스님은 (‘: ) 잘 아시는데 자신은 의미를 모르기에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를 하신 것이다. 물론 원제 스님에게 영향을 미친 스승 스님들은 더 계시다. 은사 스님인 법전 스님과 성철, 향곡, 청담 스님 등이다. 이 분들은 바깥의 정화가 아닌 스스로의 정화를 이루자고/ 이루어내려고 하신 분들이다.

 

광복 후 비구승들이 대처승들을 강제로 쫓아내는 정화 운동에 참여했을 때 성철, 법전 스님은 그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셨다. 스님은 가장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은 안목의 정화이지 바깥 대상의 정화가 아니라 말하며 안목의 정화가 일어날 때 감화라는 것도 일어나며 감화야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덧붙이신다.

 

그럼 어떤 점이 독특한지 보자. 무상은 고통이 아니라 자유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이 그렇다. 또한 임제 스님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해석하며 주인 역할을 하는 데 따로 고정된 주인이 없고 단지 상황과 조건에 알맞게 내가 주요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 말하는 것도 그렇다. 이는 사실 독특함은 아닌지 모른다. 불교는 무아(無我)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스님이 설하는 것은 나를 실체를 가진 주인으로 보지 않아야 무아의 가르침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스님은 화()도 실체가 없고 그것은 곧 나 자신의 실체 없음과 함께 한다고 말한다. 스님에 의하면 나는 화가 드러나는 통로일 뿐이다. 같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우리의 몸은 참 좋은 바탕이라는 말이다. 몸은 병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병이 머물다가 사라지는 바탕이 되기도 하며 이 바탕에는 인과라는 원리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대상에 대한 실체화에서 멀어질 적에 나 자신에 대한 실체화에서도 멀어진다고 말한다. 문제는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상황은 대응하는 것이라는 말도 독특하다. 스님은 대응이란, 상황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다른 상황으로 변모시켜 잘 흘려보내는 것이라 말한다.

 

수행이라는 곳도 알고 보면 허명(虛名)이며 허상(虛想)이라는 말도 그렇다. 삶의 한 순간, 생각의 한 찰나, 그 어떤 경험도 진리로부터 떠난 적이 없고 늘상 곧장으로 함께라면, 사실상 수행조차도 불필요한 군더더기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이 곧장을 떠나버렸기에 따로 좌선이나 염불, 알아차림이라는 수행을 통해서 이 자리에 도달하려고 수행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당연히 무상을 가르친다. 무상이란 말은 스님이 당신을 찾아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많이 쓰는 단어들 중 하나다. 항상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간단한 의미지만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우리 삶을 무상으로 대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머리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무상이 나의 삶으로 온전히 녹아들지 않으면 무상은 물론 사성제, 팔정도, 열반, 해탈 등이 모두 좋은 말이 될 뿐이라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그럼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말은 철학 용어인 에포케 즉 판단 중지에서 나왔다. 스님은 불교 공부와 수행에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한다. 답을 구하는 삶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의심하는 삶이다. 구하는 삶은 여전히 밖을 향해 나서게 되고 의심하는 삶은 곧장 그 자리에서 멈춰지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에 의하면 답은 결코 구하는 것이 아니라 멈춤으로써 드러나는 것이다. 구함이 멈춤으로써 그 모든 것들이 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판단중지는 수행의 참 좋은 시작이다. 스님은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이 사라지는 것이라 말한다.

 

스님은 이제 아는 노력을 멈추고 되는 노력을 하자고 말한다. 모든 것이 멈춰질 때 이미 모든 것들이 온전하게 되어있었음이 스스로 명백하게 확인된다는 것이다. 스님의 말은 선()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일관성 있고 새롭다는 느낌은 분명히 가질 수 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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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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