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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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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카스트
글쓴이
스즈키 쇼 저/김희박 역
베이직북스
평균
별점8.6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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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폐쇄적 신분 제도인 카스트라는 말을 교실이란 단어 뒤에 쓰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 또는 공교육이 기존의 계급을 확대 재생산하는 곳이라고 말 하지만 계급적 서열 자체는 학교의 구성원들과는 무관한 줄 알았다. 말하자면 위계 서열은 학교를 떠난 후 작동하는 줄 안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자 스즈키 쇼(교육학부 박사 과정)는 교실 카스트를 반 친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서열 매기기로 정의한다. 이 단어는 2007년 출판된 모리구치 아키라의 ‘이지메의 구조’란 책에서 사용되었다.






종래의 교실 카스트와 달리 최근의 교실 카스트는 지위가 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이지메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또한 서열이 1군(群), 2군, 3군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실제적이다. 3군 즉 C 그룹에 속한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오타쿠(집에 틀어박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지메를 1) 자기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행하는 것 2) 신체적, 심리적 공격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것 3) 상대에게 심각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학교에서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다만 이지메는 당하는 사람과 가하는 사람이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성립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이지메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일본 이지메의 주류가 커뮤니케이션 조작 이지메(무시, 비방 등 커뮤니케이션을 조작해 정신적 충격을 가하는 이지메)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실 카스트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두루 퍼져 있다. 따돌림 당하는 학생은 모두에게 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이 생각하게 하는 것은 희생양이다. 저자는 중학교 이후가 되면 개개 학생이 어떤 그룹에 소속되어 그룹별로 이름을 붙여 그룹 사이의 지위의 차이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런 차이를 일상적 교실의 풍경으로 취급해 이지메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교실 카스트의 독특한 문제라고 말한다.






교실 카스트가 교실 내에서의 그룹을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특이한 점이다. 아무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들은 당연히 최하위 계층에 해당한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따라 교실 카스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능력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가 학교를 그만 둔 한 학생은 이런 말을 한다. 상위 그룹은 그들 나름의 괴로움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침묵하는 상황에서 1군인 자신이 그 상황을 정리해야 하고 권력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관계된 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위 그룹 학생이 무조건적으로 힘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만 공포심으로 인해 그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교실 카스트의 지위는 고정되어 있고 자신의 힘으로는 그런 점을 바꿀 수 없다고 답하는 여러 인터뷰 대상자들을 언급한다. 그런 지위의 고정성은 학급 이동이나 상급 학교 진학에 의해서는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 것 등에 의해서도 변화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상당히 폐쇄적인 계급 제도를 보는 듯 하다는 것이다. 교실 카스트란 이름은 이런 배경에 따라 붙여진 것이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씁쓸한 것은 교사들의 태도이다. 교사들은 상위층 학생들에게는 부드럽게 말을 한다고 한다. 우려되는 것은 하위 그룹 학생들이다. 자포자기적이고 활력도 없고 노력하지 않는 그들은 교사들의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下流志向)이란 말이다. (비록 일본의 경우에 해당하지만 아니 우리라고 크게 다를까 싶은 것이) 양극화 사회는 리스크 사회이며 이 사회에서 리스크를 더 많이 떠안는 계층은 의지할 곳 없는 하류 계층이라는 타츠루의 지적이 교실 카스트를 읽는 내 가슴에 와 닿는다.






교실 카스트에서의 지위 차이는 학교 이후 즉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교실 카스트를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점이다. “저는 학생들의 교실 카스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물론 학업의 소중함과 학력 향상은 학교의 본질입니다. 다만 학생의 진로를 포함하여 자신의 정체성, 힘, 권력이라고 하는 것을 살아가는 힘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자신이 어떤 곳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 지위의 차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가토라는 이름의 교사),






“상하관계라든가 강약이라든가 말하는 방식은 많이 있지만 그러한 다양한 관계에서도 정체성을 몸에 익혀 가는 것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소통 능력의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독감이나 소외감이 만약 학교 안에 존재한다면 오히려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마쓰모토라는 이름의 교사)..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교사가 보는 교실 카스트와 학생이 보는 교실 카스트는 거의 같지만 학생은 그것을 권력으로 보는 데 비해 교사는 능력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다고. 교실 역시 사회와 무관한 순수 공간이 아니라 현실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고 좌우되는 공간이라지만 권력, 능력 등으로 서술해야 하는 실상은 씁쓸하다.






앞서 말한 가토, 마쓰모토 등의 교사의 생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결국 그 실상을 용인하고 활용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럴 경우 그것은 사회 교육이나 직업 교육 등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덧붙일 것은 우리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계기로 학교의 실상을 다룬 책들을 더 읽으며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결국 기존 권력 관계 또는 사회의 축소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책이 생각난다. 학교가 아니 사회가 어디론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서둘러 치닫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고립적이고 개인적인 고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회의마저 든다.






지난 토요일(10월 26일)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강의실에서 열린 제 9회 역사와 삶 리뷰대회 시상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등 학생들의 똑똑하고 발랄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격려사를 해주신 민가협 부회장의 증언을 들으며 사는 게 뭔지, 하는 (죄송하지만) 힘을 빼앗을 수도 있는 생각을 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의문사 당한 남편의 억울한 사정을 해명, 신원(伸寃)하고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열 살 남짓의 두 아이들을 내버려 둔 채 투쟁에 나섰다는 그 분은 비난, 몰이해, 등을 겪으며 투쟁했는데 원망하던 아이들이 자라 자신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를 감개무량하게 고백해 주의를 끌었다.






정서와 육체간의 갭, 뇌의 부조화는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고 정상화된다는 사실이 가슴을 억누른다. 그런데 교실 안 풍경은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같은 책으로 해명할 수 없을 만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권력의 틀에 맞춰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라 네틀턴의 ‘푸코와 치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환자의 특정 신체에 대한 독특한 감시의 권력관계를 구축한 사실이야말로 치의학이 의학으로부터 독립적 학문이 된 원동력이란 흥미로운 주장을 담은 책이다. 이 책처럼 이제 모든 것을 푸코의 권력관계 이론으로 해명하고/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일까? 학교는 당연히 예의 그 ‘모든 것’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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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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