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교양서를 많이 읽었지만 대부분 우주론, 소립자론, 빅뱅, 반물질, 상대성이론, 불확정성원리 등 일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갖지 않는 것들이다. 물론 물리학은 일상적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 힘과 운동, 전기와 자기, 빛, 유체, 에너지와 열,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으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래 전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을 이용해 가짜 금관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사실을 물리학 교양서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시라쿠사 왕이 신에게 금관을 만들어 바치기로 하고 세공장이를 불러 멋진 금관을 만들어 올릴 것을 명했다. 명령대로 세공장이가 금관을 지어 바쳤는데 은이 섞인 금관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르키메데스는 금은 은보다 밀도가 커서 같은 부피의 금은 은보다 무겁다는 사실에 착안해 문제를 풀었다. 즉 만일 1kg의 금관이라고 바친 물건의 부피가 순금의 부피보다 더 나간다면 그 만큼 은이 섞였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세공장이가 금 대부분과 은 일부로 관(冠)을 만들려면 은이 금보다 밀도가 작기에 무게를 맞추기 위해 부피를 늘려야 했던 것이다.


렛 얼레인의 '괴짜 물리학'을 보며 그런 orthodox(?)한 문제보다 훨씬 흥미롭고 기발한 물리학 문제들이 총 망라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Dot Physics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상상력과 흥미를 만족시키는 이슈에 열심인 물리학자이다. 책의 원제는 번역본 제목처럼 'Geek Physics'이다.


책은 일상의 물리학(1장), 영화 속 슈퍼 영웅의 진실(2장), 생활에 필요한 질문들(3장), 우리는 스타워즈 마니아(4장), 스마트폰 세대도 모르는 것(5장), 스포츠, 인간, 로봇(6장), 미래의 우주인(7장), 어마어마한 숫자들(8장), 공상과학에서나 보던 일(9장), 과학 위의 인간(10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인구가 많아지면 지구가 달을 끌어당길까? 슈퍼맨은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비가 얼마나 내려야 할까? 배터리로 광선검을 작동시킬 수 있을까? 자판을 두드려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을까? 높은 곳에서 뛰면 더 높이 뛸 수 있을까? 우주선도 잠수함처럼 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 버블랩을 두르고 6층에서 뛰어내리면 살 수 있을까? 번개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음속보다 빨리 낙하할 수 있을까? 등 각 장에서 흥미를 끄는 질문들은 기발하고 일상적이면서 물리학적으로 의미를 가진 것들이다.


첫 질문으로 채택된 '우주에도 중력이 존재할까?'는 어떤 행동을 하면 살 수 있을까? 또는 어떤 행동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까? 등과 거리가 다소 있는 즉 괴짜 물리학과 거리가 있는 주제이지만 과학을 이해하는 데 긴요하게 쓰일 것이다.


'미래의 우주인'(7장)이란 장에 첫 번째로 실린 우주선 관련 문제를 보자. 문제인 즉 '우주선도 잠수함처럼 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이다. 우주선과 잠수함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극한적인 곳에 가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 중 산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음식, 물 등은 며칠 또는 몇 십일 섭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산소는 단 1분 정도만 마시지 못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산소의 압력이 1.4기압을 넘으면 경련과 같은 불의의 사건에 노출되고 0.16기압보다 낮으면 의식을 잃게 된다. 잠수함을 우주로 올려보내려면 로켓에 연료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 반대는 어떤가? 우주선은 잠수함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잠수함과 우주선은 각자 처한 다른 여건을 감안해 만들어진 특화된 것이기에 각자 영역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즉 우주선의 외부에는 기체가 없기 때문에 밖에서 누르는 힘은 없고 안에서 밖으로 미는 힘만이 있다. 기압이 작용하는 방향을 감안해 잠수함과는 다르게 설계된 것이다. 얼레인의 책을 통해 물리학과 더 친근해지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하고 관련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간다면 괴짜 물리학만이 아닌 물리학 전반에 강해질 것이라 생각하며 얼레인의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