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이미지

도서명 표기
월든
글쓴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다연
평균
별점9.5 (54)
보통사람


 <월든>.

 1800년대 중반 미국의 어느 철학자가 월든 호수에서 2년간 지낸 생활을 정리하여 쓴 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을 벗 삼아 두 손으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 밥을 해먹으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문명과 떨어져 자연주의적 삶을 선보이며 2000년대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요즘 마스크로 답답하게 생활하며 파란 하늘, 푸른 나무, 경쾌한 새소리에 빠져있다보니, 나 역시 <월든>에 관심이 갔다. 무삭제 완역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월든>이 워낙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어떤 책으로 읽을 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월든>이 내가 기대했던,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느긋하고 여유로움을 즐기는 삶에 대한 글이 아니어서 놀랐다. 예상과 다른 이야기에 새롭고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월든>의 대부분 내용은 월든 숲의 수많은 동식물과 얽힌 이야기, 해가 뜨고 별이 뜨는 자연 풍경에 관한 감상,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농사일의 체험 등 자연에서 얻은 인생의 깨달음을 적어간 글이 맞다. 그러나 이 책의 서문 격인 첫 번째 글 ‘경제 Economy’를 읽으면 소로가 월든 호수가 간 이유가 단순히 ‘자연 친화적으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소로는 진취적이고 급진적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시험하고 행동하는 삶에 대해 소리 높여 말한다. 소로는 자연과 어우러지기 위해 월든 호수에서 지낸 것이 아니라, 직접 그의 삶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이었다. 옷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사람들은 목적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을 원한다. 집은 인간을 안전하게 지켜주지만, 그 집을 얻기 위해, 혹은 더 넓은 집을 소유하기 위하여 사람은 평생을 일해야만 한다. 소를 이용하면 농사를 지을 때 힘을 더할 수 있지만, 소를 키우기 위해 인간은 아침부터 여물을 준비해야 한다. 소로는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52쪽)’고 말한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들을 ‘생필품’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필요로 할까? 그는 호숫가에 집을 직접 짓고 농사를 지어 생활하며 소요된 경비를 일일이 계산하여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직접 증명하고자 했다. 그렇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원시의 시대처럼 단순하고 거침없이 살면서 문명의 지성으로 삶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지, 인생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숲으로 뛰어들었다.


 이 책이 쓰인 지 150년이 넘었지만, 부동산, 인테리어, 인권, 삶에 대해 현대적인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이 재밌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에 관련된 의견이 나오고, 딱 필요한 것만 두자는 미니멀리즘이 등장한다. 노예 폐지와 여성 인권 향상도 슬쩍 언급한다. 무엇보다 그는 개인의 주체적이고 독립된 삶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나눔에 대한 생각 역시 확고하다.





 우리는 완벽하고도 성실하게 현재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기에 변화의 가능성을 애써 부인해버린다. 그리고 이 방법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나의 중심에서 수없이 많은 반지름을 그릴 수 있듯이 살아가는 방식 또한 매우 다양한 법이다. 변화를 모색한다는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지만 그러한 기적들은 매 순간 벌어지고 있다.

18쪽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이웃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찾아내어 꾸준히 그 길을 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 청년은 집을 짓거나 나무를 심거나 멀리 배를 타고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제대로 찾기를 바란다. 항해사와 도망친 노예가 북극성을 바라보며 길을 가듯이 정확한 지표를 정하고 가야만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 지표는 우리가 사는 평생 충분히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해진 시간 내에 항구에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해진 항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97쪽


어차피 우리 마을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가 이웃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부분에서 헌신하고 있으니, 한 사람 정도는 인류가 아닌 다른 목표를 추구하며 살도록 내버려둬도 괜찮을 것 같다.

99쪽


일시적이고 덧없는 것에 마음을 쓰지 말라. 칼리프의 시대가 흐른 후에도 티그리스 강은 여전히 바그다드를 적시며 유유히 흐를 것이다. 가진 재물이 많거든 대추야자처럼 아낌없이 나누어라. 만약 가진 재물이 없거든 삼나무처럼 자유로워져라.

109쪽 페르시아의 문학 <굴리스탄>을 인용한 글



 대충 계산해보니 저자 소로가 월든에 머물렀던 시기는 서른 남짓, 젊은 시절이었으며 책을 출간한 것도 3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였다. 젊은 피로 쓴 글이다. 오만해보일 정도로 자신만만한 문장들이 있는데, 귀여운 패기가 느껴져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불안으로 가득찬 현대인, 특히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다. 460쪽에 달하는 분량의 압박을 잘 넘긴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보통사람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2.26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2.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2.1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2.1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2.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96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56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6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