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있어  ’음미하며 즐겨나가는 아름다운 것’으로 쉽고 편한 대상이기만 했었던 시가
이 책을 집어든 순간 결코 쉽지않은 것으로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이 책을 붙잡기 시작한 순간.. 다른 어떤책도 집어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시를 혼자서 음미하고 낭독하던 차원에서 벗어나
시 안에 담겨진 시인의 감성과 생각을 철학이라는 학문과 연계하여 시 한편에 담겨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는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제게는 숙제처럼 무겁고 힘겨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포기할 수 없었던것은 그 힘겨운 과정을 통하여
시 한편에 담겨진 내가 미처 꺼내 보니 못하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수없이 되뇌었던 보리피리라는 시의 작가 ’한하운’이라는 시인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요
문둥병이라 불리던 나병 환자로서의 슬픔과 고통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정도로만 배워왔던 그의 시에대해
이 책에는 단순히 그의 나병 환자로서의 슬픔과 고통이 아닌 존재와 생명정치라는 이념으로까지 발전 시키고 있습니다
한하운 작가의 ’전라도 길 - 소록도 가는길에’ 라는 시와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라는 이론을 접목시킴으로써 가능해진 이야기입니다
호모 사케르란 ’살해하는것은 가능해도 희생으로는 바칠 수 없는 존재’이며
예를 들면 소나 양이 희생으로 바칠 수 있는 동물이라면 지렁이 혹은 작은 벌레들은 그럴 수 조차 없는,
죽인다고해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존대들을 일컫는것이라 합니다
이러한 ’벌거벗은 생명’이 비단 나병 환자들 뿐일 것이냐고  저자는 우리에게 반문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시인 한명과 철학자 한두명을 함께 짝지워 시인이 시 안에서 노래하고자했던 함축적 의미들을 철학을 통해 풀어내고 또한 어렵기만한 철학적 사유들을 시를 통해 
좀 더 쉽게 다가오게끔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무살 청춘의 시절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며 읇조리던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동안’ 이라는 시 역시 이 책안에서 바디우라는 철학자를 만나 세상이 전혀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사랑의 의미와 그로인해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해 생겨나는 질투와 고통의 감정들에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김춘수와 하이데거를 접목시켜 촛불 하나를 통해 존재론을 이야기하기도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을 불행한 기억을 초월하려는 능동적인 힘, 어둡고 우울한 정서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치열한 투쟁의 의미로 보여주다가 다른 시인과 철학자의 글을 통해서
망각에대한 정 반대의 시각을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게되는 수많은 감정들을 노래한 시를 통해 철학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가 이처럼 시와 철학을 함께 묶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려 한 것은 
시와 철학의 공통분모 (주광적이고 낯선 이미지, 낯선 세계에대한 표현과 같은) 들 때문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어려운 철학이 시라는 매개체를 만나 더욱 쉽고 재미나게 다가 온다는 것이 새로운 매력이면서도 낯설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어렵게만 느끼는 철학을 어렴풋이나마 접해야만하는 당위성을 이 책안에서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책안에 소개된 글들 중 김남주시인의 ’어떤관료’라는 시와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글은
인간의 무사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예라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결국 인간의 무사유는 인간의 본성과 관계없이 언제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실로 충격적이면서도 또한 우리가 끊임없이 이러한 책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는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