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협소설

산산
- 작성일
- 2009.4.3
추로검 1
- 글쓴이
- 추몽 저
마루출판사(마루&마야)
1.
평범한 무협배경 학원물 정도.
남다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남다른 열정을 지닌 스승을 만납니다.
그는 타인에게는 없는 '그것'을 느끼는 재능을 타고나서
남들과는 달리 지름길로 무공을 익히죠. 그로 인해 주목받게 되고요.
백무학원에 들어가서는 많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80%는 그놈의 열정적인 스승 때문이죠. (그냥 제가 보기에 -_-ㅋ)
그냥 잠룡단에 넣으면 될 것을 괜히 승룡단 넣어서
잠룡과 승룡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지를 않나,
잘 키웠으면 놓아주면 될 것을 괜히 붕어똥처럼 들러붙어서
자신에 대한 반감을 주인공에게 전이시키질 않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과거의 원한까지 덮어쓰게 하고.-_-
어쨌든.
난놈들만 모인 학원에서 남들보다 더 타고난 게 많은 주인공이 좀 튀어보다가,
이런저런 시련을 겪으며 한번 꺾이지만 나중에 크게 일어선다 뭐 그런 스토리네요.
2.
가장 마음에 안드는 점은 문장부호를 남발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뭔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 자꾸 외따옴표를 쓰더군요.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를 강조할 때 '그'라고 하는 것처럼...
주인공이 느끼는 대자연의 기인지 뭔지 모를 뭔가를 '그것'이라 하는데
강조는 처음 한두번만 해주면 된다고 봅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
3.
하지만 이건 약과죠. 정말 심한 건 느낌표 남발입니다.(여기서 대량 실점)
"개문! 그리고 총관께 기별을 넣도록!"
"예!"
"잠시 기다리시오!"
"승룡패주 장천악은 입원하도록!"
"도움에 감사드리오"
"별말씀을!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럼 저흰 이만!"
"목검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네! 정말 좋은 검인 것 같아요!"
"하하! 대답 한번 걸작이구나! 아마 전 백무학원생을 통틀어 승룡복과 승룡건을 내팽개쳐 두고 목검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는 오직 너 하나뿐일 것이다!"
"오!! 드디어 왔구나!"
"하하! 소문의 마지막 승룡패주! 반갑다!"
"잘 왔어! 반갑다!"
"하하하하!! 드디어 왔구나! 내가 널 얼마나 목빠지게 기다린 줄 알아? 난 남궁운성이야! 앞으로 너와 한 방을 쓸 사람이기도 하지. 잘 부탁한다"
"아, 안녕! 난 장천악이야! 잘 부탁해!"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모두 해산하거라! 운성과 천악은 내일 아침 내 집무실로 함께 오도록! 운성! 천악을 많이 도와주도록 하거라!"
"염려 마십시오!"
"하하! 먼저 백무학원에 입원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정식으로 인사하자! 난 남궁세가의 남궁운성이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말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부탁은 뭐든 들어줄 테니! 앞으로 잘 지내자!"
"난 장천악이라고 해! 환영해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하하하! 물론이지. 너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 잘 알고 있어. 천하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년 검사 장! 천! 악! 캬~ 얼마나 멋진가?"
"잠깐! 딱 한가지! 네가 꼭 지켜줘야 할 것이 있어. 내 앞에선 절대로...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마! 절대로!"
"아, 알았어! 주의할게!"
"하하하!! 역시 사실이었군! 좋아! 아주 좋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본의 아니게 네게 신세를 졌으니 곱절로 갚아야지!"
장천악이 백무학원 정문에 도착해서룸메이트인 남궁운성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까지의 분량에서 적당히 골라낸 겁니다.
저 대사들에서 느낌표가 몇개 나왔는지 한번 헤아려 보시길.-_-
감탄사나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느낌표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필요없는 부분에서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표는 숨이 턱턱 막히게 합니다.
꼭 고쳐야 할 점이라 봅니다.ㅋ
4.
설명은 딱 필요한 만큼만 하고, 적절히 분산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소한 무공 설명에 대여섯 페이지 잡아먹는 건 기본이고
역사수업을 빙자해서 한챕터 전부를 과거 이야기로 도배해버리는 등,
분량배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템포조절이 안되요. 리듬을 타고 읽는데 갑자기 한박자 빠져버리는 느낌.
5.
여기서부터는 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저에겐 그리 재밌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우선 주인공에게 몰입이 안됩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어디까지나 타고난 재능('그것'을 느끼는 능력)이고,
그 재능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온갖 안좋은 꼴은 다 보죠.
IQ 500의 두뇌를 타고나서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지만
그 머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캐고생하는 천재를 보는 듯 하죠.
'캐릭터'보다는 '재능'이 강조되는 글인데, 그런 재능 자체는 별로 흥미 없답니다.
게다가 여자문제에서는 우유부단,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쭈뼛쭈뼛.
취향에서 꽤 벗어난 캐릭터더군요.
둘째, 갈등구조가 너무 낡아빠졌어요.
제자를 위해 연기하는 스승, 그런 스승을 오해하고 증오하는 제자.
어휴 언제적 신파극........................
심경변화에 대한 작가의 설명에 공감할 수도 없구요.
받을 것 다 받아놓은 주제에 제 갈길 간다는 스승 보고 원망은 무슨 -_-ㅋ
그 외에 아이돌 스타 따라다니는 오빠부대 정예대원을 보는 듯한
일반 원생들 묘사(캬악 어떻해! 난 몰라! 너무 멋져! 귀여워! 아앙! 등등)는......
좀 다르게 그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 네 뭐 압니다. 취향일 뿐이죠.
6.
하지만, 제 취향이야 어찌되었든 평은 좋은 작품이니 뭔가 장점이 있겠죠.
제 생각은 저만의 것일 뿐이니 다른 분들은 한번 시도해보셔도 좋을 듯. 일단 평작은 되니...
사족이지만 '검의 길을 쫓다' 하려면 추검로 아닌가요?
추로검은 길을 쫓는 검인 것 같은데...
뭐 무협에서 그런거 따질 필요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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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