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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림책
글쓴이
황유진 저
메멘토
평균
별점9.4 (14)
nangang

아이들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이 봤었고 최근에 나온 어른 그림책 관련 책들은 거의 다 봤었는데, 사실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책 모임과 강연을 하던 분이라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좋았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림책 모임과 강연 등을 하며 함께 읽거나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를 탐구하고 돌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림책

-가족, 진구, 지인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

-너른 세상을 힘껏 살아갈 용기를 주는 그림책

-어떻게 일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주는 그림책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을 돌아 다시 나에게로 오는 순서인데 한권 한권과 관련된 자신의 서사를 얹어 그 깊이를 더해 주어 마치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책이 좋지만 어떻게 보아야 할지 잘 모르기도 하고, 바쁜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분주해서, 혼자서는 여유롭게 그림을 음미하고 글을 곱씹으며 보기가 힘들었는데, 책에서 소개해준 그림책들을 함께 읽고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으면 글을 대하는 저자의 정성스런 마음이 느껴진다. 시를 볻 때도, 그림책을 볼 때도 문장과 문장 사이, 행과 행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의미를 읽어낸다. 그림책이 글과 그림으로 엮은 예술작품이라는데 사실 그 진가를 알아 차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어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또 한편으로 그래서 어른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그림책을 보는 작가분의 통찰력도 남다르지만, 그림책 이야기 뿐 아니라 저자의 글 자체도 좋았다. 적절한 단어를 골라 자신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너무나 많은 글이 넘쳐나 피곤한 세상인데, 이렇게 야무지면서도 포근한 글을 읽으면 참 기분이 좋다.

문학을 전공하고, 시를 즐길 줄 알고, 또 자기 언어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섬세하게 표현하는 저자도, 10년 넘게 다른 일(통신 관련 업종)을 하다가 돌고돌아 그림책으로 다시 돌아왔단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진걸 보며 본문에 있던 저자의 글처럼 세상에 귀하지 않은 인연은 없나싶고, 간절한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고 온 힘을 다해 기다리면 언젠가 싹이 틀지도 모르니 지금 나의 시간에 더 정성을 다해야지 싶고, 그렇다.

 

좋았던문장들

 

이렇게 떠나본 이상 어디로든 가야만 하는 것이다.

서커스단으로 돌아간다 해도, 떠나기 전의 듀크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길을 떠나고 헤매는 경험을 하는 것은 꼭 어딘가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다.

바느질땀이 정갈한 앞면과 삐뚤빼뚤 제멋대로인 뒷면이 공존하는 것처럼,

강점과 약점, 정점과 단점, 미와 추 같은 상반된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다.

내 그림자까지도 끌어안아주지 않으면 내가 살면서 저지르는 수많은 실수와 창서를 용서하지 못할 뿐 더러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용의 시선은 자기 안에서 멈추면 안된다. 반드시 타인에게 확장되어야 한다.

타인의 '다름'이 유난히 눈에 띈다고 해도 사람 자체를 바라보기 위해 들이는 노력.

타인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는 여기에서 출발할 것이다.

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점에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되는 결점에서 조금 떨어져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손거을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 바라보기만 하지 말고, 조금 물러서서 전신 거울로 나라는 사람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약점이라고 여긴 부분이 사실은 나를 구성하는 수천가지 요소 중 하나임을, '중요한 문제'가 사실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꾸고 기다리고,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단단해지고 또 다른 존재와 어울려 자란다는 점에서 대추 한 알은 한사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내가 품고 키우는 내 아이도 딴딴한 대추 한알이고, 옆집 아이도 매끈한 대추 한알이다.

나도, 당신도 태풍 견디고 초승달 바라보며 자라온 대추 한알이다.

내가 있어 저 이가 둥글어지고 붉어졌다. 반대로 저 이가 있어 내가 둥글어지고 붉어졌다.

그렇게 보면 귀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귀하지 않은 만남이 없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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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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