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04 - Bookz
카오
- 작성일
- 2011.4.12
블랙 에코
- 글쓴이
- 마이클 코넬리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늘 최고네 어쩌네 하면서 리뷰는 적지 못했던 코넬리 아저씨의 작품들. 그 중 “블랙 에코”를 선두로 리뷰를 시작한다.(시인은 별 외) 1992년 선보인 코넬리 아저씨의 첫 작품인 “블랙 에코”는 무려 17편이나 시리즈로 집필된 “해리 보슈”시리즈의 서막이다. 사실 나는 제목 별로 미리 사둔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처음으로 코넬리 아저씨 책을 읽으시려고 준비중인 분들께는 반드시 1편 “블랙 에코”부터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당연하듯 1권은 등장인물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부가적인 설명 등이 서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점 자체가 해리 보슈의 과거에 맞춰져 있어 지루하거나 불필요하게 긴 주석을 달지는 않는다. “블랙 에코”에서 발생한 범죄가 보슈의 과거와 연관되어 자연스럽게 실타래가 풀리기 때문이다.
코넬리 아저씨 작품은 각각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해리 보슈”로 동일하지만 별개의 범죄를 토대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상위버전의 책을 먼저 읽어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 편에서 등장하고, 수사를 겪으면서 혹은 사랑을 나누면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독성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선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유한다.
해리 보슈는 히에로니무스 보쉬(보슈는 번역본 이름) (Hieronymus Bosch) 라는 예술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왜 하필 이 사람일까? 보쉬는 “악마의 창조가”로 불리 우는 초현실주의 예술가였다. 그는 종교적인 주제를 그림으로 나타낸 화가였지만 속세의 악에 이끌려 결국 타락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과연 소설 속 해리 보슈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결국 보슈는 악마처럼 타락해 버리는 보쉬의 작품 속 인간들을 대변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의 타락을 화폭에 나타낸 보쉬 자체를. 타락 과 범죄를 연관 지어 그들을 벌하는 현대판 보쉬를 재 탄생 시킨 걸까? 물론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Hieronymus Bosch - 쾌락의 정원>
보슈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하지만 너무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실제 경찰청 간부들과의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현장을 뛰는 형사, 거기에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형사는 경찰청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내부적인 수사 왜곡 등을 자행하는 관리자들과 계속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 분명하게 말하지만 경찰청 부국장과 형사과 과장, 내사과 형사들과의 충돌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큰 재미 중에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 과거의 트라우마, 그리고 정의롭지만 당돌하고 외로운 주인공. 이것은 어찌 보면 너무 흔한 레파토리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범죄스릴러 주인공으로 이보다 더 매력적으로 독자에게 어필하긴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보슈가 후자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악과 타협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니까!
해리 보슈는 창녀의 아들로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살해를 당하고 (이는 4권 “라스트 코요테”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여러 입양가족들을 떠돌다 월남전에 파병된다. 월남전에선 땅굴 수색꾼인 땅굴쥐 역할을 맡았고, 파병 대부분의 시간을 땅굴 속에서 매복하며 지낸다. 암흑 속에서 겪었던 공포와 동료들의 죽음은 보슈에게 끊임없는 악몽을 선사하며 트라우마로 잠식한다. 제대 후 자신의 군 경험을 바탕으로 강경하고 동물 같은 감각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이 되지만, 트라우마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기도 하다.
“블랙 에코”는 한 때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월남전 파병 군인들의 문제를 기반으로 한다. “블랙 에코”는 보슈와 같은 땅굴쥐 출신의 동료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전쟁을 통해 마약 중독자가 되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파병용사들을 대변한다. 마약은 전쟁 중 사람을 미치지 않고 공포에 물들지 않게 지켜주었던 하나의 방편 이었다. 보슈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많은 병사들이 마약을 통해 하루하루를 버텨나갔고, 시체로 발견된 동료 역시 마약에 중독된 친구였다. 제대 후에도 마약에 손대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범죄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던 파병 군인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폐해. 그것은 죽음과 상처의 아픔 말고도 마약중독, 사회 부적응 등을 유발한다. 당시 미국에서 월남전 파병 병사들이 본국에 귀국해 받았던 처우와 닥친 상황이 실제 저랬다고 하니.. 덕분에 수 많은 범죄자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월남전의 경험을 토대로 거대한 은행털이 범죄를 저지른 보슈의 동료. 그리고 또다시 땅굴쥐가 되어 땅굴로 들어가야 하는 보슈. 암흑속. 미지의 공포와 온몸을 죄어드는 사방의 벽들. 매번 꿈에서 되풀이되는 악몽의 터널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검은 메아리속으로 사라지는 보슈.
과거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며, 타협과 포기를 모르는 남자.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남자. 하지만 사랑에 목말라하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남자. 초현실주의의 작가와 같은 이름을 쓰며 타락한 사람들에게 정의의 망치를 휘두르는 심판자.
“해리 보슈”시리즈의 1권. 그것은 17권이라는 대 서사에 대한 기틀이며 해리 보슈에 대해 기반을 잡을 수 있는 필수항목이라 해야 하겠다. 게다가 1권에서는 보슈의 아내가 될 위시요원과 매번 충돌을 일으키는 어빙 국장, 보슈의 파트너인 애드거 등 앞으로 긴 여정을 떠날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이루어지므로 반드시 읽어야 한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뒤덮인 보슈의 내면. 그리고 그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과 포기를 모르는 사명감. 더하기 사랑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담아내고 이 모든것을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풀어나가는 코넬리 아저씨의 필력. 진땀을 빼는 범인 추격과 반전을 거듭하는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 이제 빠져들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다 함께 검고 커다란 땅굴로 들어가자. 검은 메아리의 아우성을 들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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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9
- 작성일
- 2011. 4. 12.
- 작성일
- 2011. 4. 13.
@heyjiho
- 작성일
- 2011. 4. 12.
- 작성일
- 2011. 4. 13.
@마늘먹는mom
- 작성일
- 2011. 4. 14.
@마늘먹는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