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narga1216
- 작성일
- 2020.10.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글쓴이
- 김금희 외 6명
생각정거장
단편집들을 보면, 한권의 책에서 다양한 주제의 여러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이번에 읽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도 그러했다.
단편이라고는 하나 페이지수만 적을 뿐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의 깊이는 너무 깊었다.
술술 읽혀지는 소설과 달리, 한 문단을 읽어도 다시 곱씹게 될때가 많고,
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책은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_최윤'을 비롯한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 박민정 작가의 '신세이다이 가옥',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최진영 작가의 '유진' 등 5작품이 있었고, 기수상작가인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손수건' 이 함께 수록되었다.
대상 수상작인 최윤 작가의 ' 소유의 문법'은 자폐아를 키우는 한 아버지가 대학 은사 P의 제안으로 한 산골마을에 이사하며 벌어지는 그곳 마을 사람들 간의 심리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소유'에 대한 사람들 간의 시선차이가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은사 P가 생각하는 소유와 주인공인 '나' 가 생각하는 소유, 그리고 소유라는 것의 의미도 모를 '나'의 딸이 표현하는 '소유' 그리고 마을 사람 대부분이 느끼는 대중적인 '소유'의 의미까지...
나는 과연 그들 중에 어떤 사람이 정의 내린 소유의 의미를 품고 있는지 다시 되새겨본다.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은 단단했던 사제 지간의 관계가 스승의 불륜으로 어그러져 가는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생각했던 스승에 대해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제자인 주인공은 스승과의 선을 넘는 대화를 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사제지간의 관계는 아슬하기만 하다.
박민정 작가의 '신세이다이 가옥'은 감옥과도 다름없는 어린 유년 시절 할머니 댁(신세이다이 가옥)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내용이다. 어린시절 할머니의 손에 외국으로 입양 보낸 친척 언니가 자신의 피붙이인 막내 남동생을 찾아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유년 시절의 할머니 댁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주인공. 내가 경험하고 기억에 남긴 따스하고 푸근한 할머니 댁의 이미지와 정 반대이지만, 주인공의 할머니 댁을 일제시대 억압받던 한국의 신세이다이 감옥으로 표현한 것은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은 비록 메뉴가 패스트 푸드라는 점에서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굉장히 어렵고 무거운 마음의 점심이다. 10년 전에 엄마와 자신 그리고 남동생을 버리고 간 아버지와의 재회의 공간이자 10년 만에 함께한 식사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함께했던 결혼 생활이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아버지는 남동생을 낳고, 두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시들어 버린 꽃처럼 살다가, 가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꽃 피움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버린다. 죽음과 다름 없는 기나긴 세월을 살다가 정말로 숨쉴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해외로 떠나버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들은 아비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래도 현명했던 아니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식들을 아꼈던 부모 덕에 아이들은 10년 간의 부재인 아버지를 원망하기 보다 이해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빠르게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소비되는 패스트 푸드 처럼 지난 날의 빠르게 되돌아보고, 빠르게 이해하고, 어쩌면 그래서 쿨하게 헤어질 수 있었던 부자지간의 가벼운 점심. 그들이 나눈 점심 대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주인공의 가족처럼 서로의 목에 밧줄을 감고 목을 옥죄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비록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임에도 칼로 끊어낼 줄 알아야 한다.
여러개의 단편을 읽으며, 전혀다른 생각의 장르를 겪느라 멍때리는 시간이 단편들 사이사이에 존재했던 거 같다.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나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그리고 최진영 작가의 '유진'. 책의 말미에 각 단편에 대한 설명들이 있지만, 그것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이해라고 생각하고 덮어두려고 한다. 나머지 단편들도 나만의 언어로 내 속에 들어올 수 있게, 다시한번 곱씹으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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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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