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나룸
- 작성일
- 2023.10.4
[eBook] 제7일
- 글쓴이
- 위화 저
푸른숲
위화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걱정스러운 게 작가가 이렇게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듯한 글을 써도 되는지 공안에서는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 나 혼자 작가 걱정을 해 봤다.
글을 읽으면서 양페이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추리소설인가 했는데 완전 빗나가 버렸다. 양페이가 사고로 죽고 나서 7일 동안에 겪은 일과 생전에 벌어진 일들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예전에 허삼관매혈기, 인생, 형제 이 정도만 읽었는데 역시나 주인공 양페이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랑하던 여인과 헤어지고, 시한부 삶을 사는 양부는 양페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홀로 죽음을 맞이하러 떠나고, 나를 돌봐주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온갖 세상의 시련이 양페이한테 몰아준다. 이제 시련을 겪을 양페이는 세상에 없다.
나의 사후에 나도 저런 식으로 나의 과거를 따라가면서 희미해진 기억을 꺼내 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다. 나라면 어디를 찾아가 볼까나, 누구를 만나서 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 려나 상상도 해보고 전달하지도 못할 말들을 준비하면서 저 편한 세상으로 갈 준비를 하지 않을까.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쉬쉬하고 조작하고 그 속에서 하층민들은 찍소리도 못 내고, (돈이 좋다 하면 입 다무는 족속들도 많겠지만) 이게 소설상의 상상이 아니라 은연중에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에 흠칫 놀라긴 했다. 이래서 내가 작가 걱정을 한 것이다. 이렇게 써도 되냐??? 작가의 상상이 아닌 거 같은데 말이지. 죽었는데 시신조차 찾을 수 없고 남의 유골가루를 내 가족이라 여기고 있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가.
사후에 벌어진 일들이라니 신박한 이야기 전개다. 그리고 내가 죽은 이유를 나 다음에 온 사람한테서 듣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전해 듣고, 상상의 이야기가 새로웠다. 이 소설도 한 번 읽으면 흥미진진해서 몰입도가 높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몇몇 작품들의 주인공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짠함이 덜하지만 이야기가 참 만만치 않은 인생이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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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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