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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홍
- 작성일
- 2020.3.14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 글쓴이
- 게오르크 롤로스 저
나무생각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서 의심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존재의 증명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존재하고 있음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은 '나'인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근본적인 나'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역설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묶여있는 나'가 불행하다면, 그리고 '어떤 나'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어떤 나'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까? 적어도 '어떤 나'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런 나'로 살아가지 않을 자유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불안'과 '화'와 '결핍'으로부터 '자유'와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엊저녁 달콤하게 마셨던 물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썪은 물이었음을 깨닫게 된 원효대사가 토악질을 했듯이, 우리를 고통으로 이끌었던 나쁜 행동패턴의 실체를 깨닫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몸과 마음과 삶을 가꾸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책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는 제목 그대로 '나'를 의심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철학적인 책은 아니다. 철학적 지혜가 담겨 있지만 책이 지향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행복이다.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다. 누구나 솔깃할만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법은 '마음챙김'이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고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이다. 흔히 고통은 외부의 사건에 의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 자신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신승리 아니냐고 되묻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챙김이 지향하는 바는 결코 '긍정적인 해석'이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은은한 지혜가 우리를 평온과 행복으로 이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를 고통으로 이끄는 열개의 방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감정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중 여덟번째 방이 바로 '탐욕의 방'이다. 이 방에 있을 때 사람들은 자극과 쾌락이 탐닉한다. 흔히 '중독'이라고 일컫는 상태가 이에 속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처음부터 도박 자체를 갈망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회피하게 위해 강렬한 무언가를 찾아나선 것이 먼저다. 공허, 불안, 고독, 지루함과 같은 감정들을 다룰 수 없기에 탐욕의 방으로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처음으로 충동이 올라옴을 자각했을 때 그것을 쫓지 말고 의색을 챙기며 관찰한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거리를 둔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궁극적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아차린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탐욕적 행동패턴으로 이끄는 생각을 4단계 도구를 이용해 검토하고 해체한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지혜를 획득하고, 그 지혜를 통해 더 나은 행동과 삶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가게 되는 것이다.
책은 모두에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인 '주의'와 '믿음'을 소개한 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를 10개의 방으로 비유하여 풀어간다. 통제의 방, 열등감의 방, 결핍의 방, 오만의 방, 죄책감의 방, 부정의 방, 저항의 방, 탐욕의 방, 혼란의 방, 무기력의 방이 그것이다. 미자막으로 '나는 내 생각과 다르다'라는 제목의 챕터를 통해 에고를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살펴본다. 사실 목차만 훑어봤을 때 그리 큰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장을 통해 '주의'와 '믿음'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어떻게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지 알게된 후 자세를 고쳐잡았다. 10개의 방을 지나가는 과정에서는, 나의 내면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일어나는 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작용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모든 방이 나의 이야기였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의 부끄러움에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책장을 덮고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챙김' 배운 이후로 삶의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달라진 바 있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은 '감정'과 '마음챙김'을 긴밀하게 연결했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성 중심의 삶을 살아왔고 그만큼 감정에 불친절했으며 나의 감정을 다루는 면에 취약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이 취하는 방식인 '방'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나에게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그것이 '평면'처럼 느껴졌다면 '감정의 방'을 떠올릴 때는 '입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눈을 감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의 방을 상상하니 호흡을 타고 들어오는 공기부터 달라졌다. 몸의 반응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챕터를 읽어나가는 하루 하루마다 나의 감정과 친밀해지고 보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놀랍고도 고마운 변화였다.
개인적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읽는 출판사가 많지는 않은데 '나무생각'출판사도 그 중 하나다. 앞으로도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전할 수 있는 양질의 책을 출판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음챙김'과 '내적성장'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이성중심적으로 살아왔기에 감정과 친숙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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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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