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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셀수없는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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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8.9 (35)
ne518

지금까지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어. 맛있는 것을 먹고 ‘아, 행복해’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구. 그것은 먹는 것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군. 많이 먹는 것하고는 달라. 무엇인가를 즐기는 사람은 사는 게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사람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다르겠지. 내가 아주 안 먹는 것도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그것 때문에 즐거운 적이 없을 뿐이야. 먹을거리에 정성을 쏟는 사람도 있잖아. 그것은 자신이 먹을 것을 할 때보다 다른 사람한테 해줄 때 그럴까. 자신이 먹을거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 있어. 얼마전에는 화과자 이야기를 보았는데, 또 먹을거리라니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이 소설에서 먹을거리가 앞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얼마 뒤에는 빵집 이야기 만날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책을 만나다니 좀 신기하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내가 정성들여서 하는 먹을거리는 그저 그렇게 생각해도 과자, 빵은 괜찮게 생각해(반대여야 할까). 그렇다 해도 비싼 걸 먹는 건 아니군.

맏물은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에서 그해 맨 처음에 나는 것으로, 이걸 먹으면 수명이 75일 늘어나서 좋은 것으로 여긴대.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은 처음 알았어. 무엇이든 제철에 난 게 좋다고 하잖아.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 때문일지도. 시간이 지나면 제철에 난 거라도 맏물은 아닐 테지만. 몇해 전에 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는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이 나왔어. 모시치는 치안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인 요리키나 도신 밑에서 범인 찾기와 잡는 일을 맡는 직책 오캇피키야.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나오는 사람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것을 더 봤어. 모시치라는 이름이 자꾸 나와서 이 사람 중요한 사람인가보다 했어. 지금이라고 책을 두루두루 잘 보는 건 아닌데, 조금 마음 써서 보려고 해(이 말 얼마전에도 한 것 같군). 어느 날 후카가와 도미오카 다리 기슭에 이상한 노점이 나타났다고 해. 새해가 된 때였나. 그곳은 새벽 두시까지 문을 연다더군. 새벽까지 문을 연다고 하니 <심야식당>이 떠올랐어. 나중에 볼 빵집도 새벽 동안 문 여는 곳이야. 에도시대는 밤이 되면 거리는 어두울 테니 많은 사람이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겠지. 새벽 두시까지만 장사하는 건 그 때문일거야. 가게에서 파는 건 유부초밥인데 국물도 있어. 이곳 주인 어쩐지 ‘심야식당’ 주인과 비슷한 느낌이야.

모시치는 유부초밥 가게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가 보고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찾아가. 간장을 지고 팔러 다니던 오세이가 죽임 당한 일을 풀 때 그곳에서 먹은 순뭇국에 수제비를 넣은 게 도움이 됐어. 모시치는 유부초밥 가게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기도 해. 예전에는 무사였는데 지금은 먹을거리를 팔게 된 걸까. 노점이나 매춘부한테서 돈을 뜯는 뱃집 가지야의 가쓰조와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이런 말이 나오면 이 책을 보는 사람도 알고 싶잖아. 책을 끝까지 보면 ‘끝난 거야’ 하는 말이 절로 나와. 아홉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일은 어떻게든 풀리지만, 유부초밥 가게 주인하고 영감 스님 미치도 일은 더 알 수 없어. 유부초밥 가게 주인이 그 가게를 하게 된 까닭은 나오는군.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였어. 아이일까 아니면 형제일까. 버린 아이를 찾고 싶다고 했으니 아이일지도 모르겠군. 왜 형제일까 했느냐구. 에도시대 때는 무사 집안이나 상인 집안은 쌍둥이를 꺼렸대. 쌍둥이가 나면 재산 나누기가 힘들다고. 이런 이야기도 있고 첫째, 둘째 이야기도 나와. 첫째는 첫째대로 집안을 이어야 하는 부담, 둘째는 둘째대로 집안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기도 하더군.

어떤 사람은 쌍둥이에서 하나를 버렸는데 시간이 흘러서 딸이 죽었어. 버린 딸을 다시 찾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딸을 데려다 키우는 사람한테 큰돈을 쓰려고 했어. 아이를 버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버린 거니 잘못이 있는 건데. 돈으로 잘못을 씻을 수 있을까. 그럴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딸이 가난한 집에서 사는 게 불쌍했대. 돈이 없다고 해서 안 좋은 건 아닌데, 행복을 돈이 있고 없고로 생각했나봐. 쌍둥이여서 일곱살 때 집안에서 쫓겨나고 다른 집 사람이 됐는데, 후계자가 죽었다고 쫓아낸 사람을 다시 불러들인 일도 있어. 불러들이는 건 괜찮은데 지금 가진 가정을 버리라는 거야. 그런 억지를 쓰다니. 가정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니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라 했어. 그 사람은 집에 돌아올 마음이 없었는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안 좋은 일을 한 사람도 있었어.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집안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죽었어.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 하는 말이 떠오르는군.

아무리 좋아해도 그 사람이 예전과 달라지면 마음이 식기도 하겠지. 사람은 사람 욕심을 내도 화를 당하는 듯해. 돈 때문에 어린 자식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더군. 모시치는 그런 것을 아주 싫어했어. 현실에서는 아무리 괴로워도 참지. 참지 못하고 상대를 죽이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 에도시대 소설에서는 언제나 마음을 잘 다스려라 하는 것 같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뿐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도.



*더하는 말

예전에 에도시대 소설(일본소설이라고 해야겠군)을 보면서, 다리 이름과 다리라는 말이 있는데 왜 또 다리를 쓸까 했어. 본래도 그렇게 쓰였을까 했지. 강이나 산도 그래. 산은 많이 못 봤지만. 도미오카바시에는 다리라는 말도 있어. 이것은 도미오카(富岡) 다리(橋)야. 우리말로 옮길 때 도미오카 다리가 아닌, 도미오카바시 다리라고 하기로 약속한 걸까(나는 이것을 보면서 다리 다리라고 생각해) 후지산은 후지산인데. 이건 일본말로도 후지야마가 아닌 후지산이라 하더군. 일본 지역 이름에 강(川)이나 다리(橋)가 들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산(山)도 들어갈지도.



희선




☆―

“가난뱅이는 일하고 또 일하고,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더욱이 너는 몸집이 크니 제대로 된 인연은 없을 게다. 스스로 벌어서 잘 살아야 한다고, 저는 줄곧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30쪽)


“오늘 밤에는 어디를 가도, 도깨비들은 바늘방석이지요. 도깨비는 밖으로, 도깨비는 밖으로, 하면서 콩으로 팔매질을 당하고 도망쳐 나와야 하니까요. 그러면 너무 가엾다면서, 주인장이 도깨비들에게 술을 대접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
.
.

쫓겨나는 도깨비한테도 갈 곳이 필요하다.  (390~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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