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끝에 민음사의 파리대왕을 선택해서 보게 되었다. 악명(?) 높은대로 번역이 올드한 느낌은 있었지만, 우려하던 정도는 아니었다. 내용과 메시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고, 올드해 보이는 번역은 좋게 해석하면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느낌도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나왔다고하는 배틀로얄이나 오징어게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너무도 자극적인 고립된 집단에서의 도덕적 타락을 봐와서 그런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독자들이 느꼈을 충격감은 상당했을 것 같다. 또한, 이야기 자체보다도 심리나 상황묘사를 매우 잘 했기에 자극적 장면의 긴장감보다 인물의 감정에 이입했을 때 더 두려움을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보게 된게 '휴먼카인드'를 읽고 난 후라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책을 시작했지만, 휴먼카인드의 친절함보다는 파리대왕의 비인간성이 좀 더 현시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조금 더 매끄러운 번역이 나오면 다시 한번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