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음악그것만있다면
  1. 기본 카테고리


영화 정보
기생충
감독
봉준호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9년 5월 30일
평균
별점8.8 (0)
책과음악그것만있다면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가장 먼저 떠올렸었다. 
그로테스크한 기생충이 등장해 싸우는 이야기일까, 무언가 기생충으로 전염병이 퍼진다는 건 너무 진부하지 않을까 혼자 많은 상상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인터뷰 기사에 보니 봉 감독은 기생충이 가족이야기라고 했고, 어떤 내용일까 더욱더 궁금해서 하루빨리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외신에서 극찬하는 기사들을 접하게 되자 당장에라도 칸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막상 개봉을 하고 선뜻 영화를 보러 가기가 두려워졌다. 
하나씩 영화에 대한 정보가 귀에 들려올 때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이 나빠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나 기다렸던 영화였던만큼 남들보다 늦게나마 용기를 내 영화를 보았다. 
다행히 기분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다시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전혀 다른 계층의 가족이 우연히 엮이게 되면서 못사는 가족이 잘사는 가족에게 ‘기생’해서 살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후 가장 먼저 들었던 느낌은 마치 재밌는 단편소설같다, 였다. 현대판 운수좋은 날, 같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를 찾는 것보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묘사들이 각각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어떻게 보면 매우 예민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계층간의 갈등, 역시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려워, 나는 무슨 계층일까 반추하는 등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다양한 감상들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분단위, 초단위 영상 혹은 단편적 이미지로 캡쳐해서 제시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의미를 찾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기생충은 그리고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제시된 이미지를 보고 있음에도 머리 속에서 또 다른 이미지들을 보는 동시에 상상 또는 회상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떠오른 상상 속 이미지들은 대부분 영화속 인물들과 공감하게 되는 나의 ‘처지’들이다. 
일례로 대학교 시절 한 학기 동안 선배의 반지하 방에 얹혀 살던 시절이 있었다. 
장마가 왔고 반지하방이 전부는 아니지만 바닥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몇 주 뒤 선배는 백만원 정도 시에서 보상금으로 넣어줬다고 좋아했다. 
우리는 그 돈으로 삼겹살을 구워먹고 보일러는 세게 틀어 여전히 꿉꿉했던 바닥을 말리고, 벽에 달린 에어컨을 틀어 더위를 달랬다.
영화를 보면서 그 때 맡았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박사장이 맡았던 바로 그 냄새일테지..

영화는 계속해서 그렇게 우리가 한 번쯤 경험해봤을 상황과 환경들을 제시하면서 나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잔인하리만큼 현실을 반영한다고 느껴진다. 이것봐, 너네 이렇게 사는거 맞지? 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을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현실에서는 박사장네 가족들같은 계층과 쉽게 엮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기생해서 사는 사람들 치곤 기택네 가족들이 참 구김살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감상문을 쓰다보니 그 점들이 누군가의 자전적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겪은 현실에서 있을법한 사연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엔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들이 있어서 약간의 상상을 가미해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도, 그것을 읽는 사람도 공감하며 위안을 얻는다고나 할까. 뭐, 기생충이 위안을 주는 내용은 아니지만. ㅎ

한편으론 카프카의 변신도 떠올랐다. 
변신은 어느날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가 자신이 벌레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돌보던 가족들이 나중에는 그를 죽이게 되는 비참한 이야기의 소설이다. 
여기서 기생충은 그레고르에게 붙어살던 가족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이 소설에서도 가난하다고 착한 것은 아니라는 늬앙스가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돈과 인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왜 사람들은 가난하면 착하고, 부자면 인색하고 못됐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의문이긴하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런데 착하기만 한 사람이 있나? 착하다는건 대체 또 뭘까. 기택네 가족은 악한가?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진 가족들도 나쁜 사람인가? 박사장은 또 착한가? 연교는? 
누군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기생한다는 것 또한 가능한 이야기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 경제적 관계로 엮여 있는 것을 단순히 ‘기생’한다는 표현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는가. 

봉준호 감독은 이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면 이영화는 완전히 목적달성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다. 
부자든 가난하든 이영화를 보고 단순히 재밌네, 하고 끝낼 사람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 외국어영화 부문에 출품한다는 기사를 오늘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는게 피로해 다시 보려는 마음은 선뜻 생기지 않지만 먼 타국에서 또 한 번 좋은 소식은 들려오길 바란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책과음악그것만있다면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0.3.1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0.3.1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0.1.3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0.1.3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19.12.2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9.12.24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35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16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215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