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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글쓴이
김이설 저
자음과모음(이룸)
평균
별점8.4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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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는 1998년 4월 출판한 비미학(Petit manuel d'inesthetique)의 서문에다 "비미학(inesthertique)"이라는 말은 철학과 예술이 맺는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관계에서 예술은 스스로 진리를 생산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도 예술을 철학을 위한 대상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미학적인 사변에 반하여, 비미학은 몇 가지 예술 작품들의 독립적이 실존이 만들어내는 순전히 철학 내적인 효과를 기술한다" 라며 비미학에 대한 친절하지만 난해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러면서 굉장히 사변적인 철학자들인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스피노자를 끌어들이면서 예술의 문제와는그들과 별개로까지 말하였다. 철학은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대중들이 보기에는 해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대중들이 직접 체험하는 예술을 판단하는 기준은 '즐거움'이라며 순전히 내면적으로 흐르는 복잡한 감성에 대해서 차근차근 해석해나가는 것이 바디우의 '테제'였다. 

얼마전 창작과 비평 152호 여름편(2011)을 읽었다. 그 전에 밝혀두고 싶은 점 하나. 나는 한국영화와는 달리 한국현대문학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다는 불평군상들의 편에 속해있는 사람이다. 베스트북을 소비하는 대중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했기라기 보다는 읽고 소비하는 셀러들의 주체들이 피곤해지고 나태해지며 너무 사변적이며 추상적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아무스스럼없이 기게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든다.  내가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굉장히 좋아하는 편혜영을 곰곰히 생각해볼때 이 영역에 속해있는 대상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 건 얼마전 읽었던 소설집<저녁의 구애>를 읽고 나서 부터이다. 그러니깐 장편<재와 빨강>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나는 자조섞인 푸념으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깐 짧게 이야기해서 나의 책읽은 즐거움은 이제는 없었다. 그 이유는 촘촘히 세워진 디테일한 세부의 묘사는 정말로 감탄할 만하나 커다랗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어떤 효과적인 전달체계에 대한 심사숙고한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유발된것은 온갖 그로테스크한 물성들이 거침없이 반복되었을 때이다. <아오이 가든>과 <사육장쪽으로>에서 이미 본 경험하고 본 듯한 데자뷔 현상은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책을 덮게 만드는 유혹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아무튼 편혜영은 너무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다루지만 지금의 한국의 어떠한 최악의 현장을 가져다 논다해도 그/그녀는 행복한 편이다. 현실의 삶이 더욱 지옥같다고나 할까. 

나는 창작과 비평에 실린 짧은 단편 세 편중 김도연, 윤대녕, 김이설 중에 김이설의 <부고>만 읽었다. 그들 세 작가들은 정말로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다. 난 아직도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만큼 남성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을 근래에는 보지 못했다. 그는 남성이라는 신체만을 뒤집어 쓴 그의 마음은 여성의 감정을 지니고 있느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여성이 쓰는 여성의 소설들이 줄비하게 늘어서고 있기 때문에 잘 손이 안가게 된다. 김도연은 임순례가 영화화한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작가이다. 그렇지만 따로 관심을 두고 읽지는 않았다.  

김이설의 <부고>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친엄마가 죽어다는 전화를 새엄마에게 들은 후 그 고향집에가서 옛날일을 회상하는 형식의 내면적이고 가슴아푼 사연을 담은 고백담이다. 어렸을 적 정확히 중학교 시절의 은희(<하녀>의 전도연의 이름의 겹침)는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오빠와 학교 선생인 아버지와 같이 살다가 새엄마를 맞이하게 된다. 새엄마는 친절하지만 싹싹하지는 않는 성격때문에 마치 같이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일수 없는 유령같은 존재로 머물고 만다. 그들은 이러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어는날 은희가 아버지의 다른 여자에게 난 아들에 의하여 성폭행을 당하면서 은희의 내면은 그때까지 온힘을 다하여 버티고 있었던 울분이 그 이후로 밀물처럼 그녀의 감성을 부셔뜨리고 만다. 그리고 이후에 기다리는 것은 그리스비극적인 삶의 행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동거하던 애인은 죽었으며 아버지는 자살한다. 오빠는 외국에 가있다. 그녀주위에 남아있는 이는 단지 새엄마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김이설은 언제나 치명적인 삶을 껴안고 부둥켜 버린다. 그러기 때문에 그러한 외상적 증후의 아픔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타고 빰을 흐르는 눈물은 자연스러운 표현의 행동이다. 김이설의 데뷔작 단편<열세 살>은 그냥 세상에 대해서 일말의 구원을 희망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저 여성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세상이라는 것이 내이션 경제 파산 선고와 더불어 그 영향을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속절없는 대책은 여성 몸안에 흐르는 나쁜 피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여성에게 피는 생명의 탄생의 신호를 알리는 동시에 보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공포스러운 원초적인 본능의 이미지일수도 있다. 

김이설의 주인공들의 초경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환영받지 못한 손님의 느다없는 등장은  그녀들의 내면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피의 수직낙하 그리고 번짐이 뚜렷하게 나오게 되는 것은 <나쁜 피>에서의 생리,상처.그리고 추락으로 인한 대지에 부딪힘의 살점과 뼈의 튀김과 흘러내림이 각 장의 주제를 표출할 때이다.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것은 강요에 의한 강제명령이지 강령이다 비밀메세지이다. 김이설의 피는 여성의 물이다. 물 그렇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 대지를 적시고 온갖 물성을 빨아들이며 집어삼킬듯한 그 거대한 결. 그리고 여성의 성기 사이를 타고 흘어내리는 따뜻한 액체 그러면서 육체의 그 번짐의 반점을 남기는 증거는 여성들이 호모사피엔스 혹은 합리적인 사유의 공간을 예외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김이설의 '환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환영의 세계가 처참한 것은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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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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