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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살인사건
글쓴이
크리스티나 쿤 저
레드박스
평균
별점8.9 (24)
maru

중학교때는 '셜룩 홈즈'와 '루팡', 그이후에는 아가서 크리스트의 추리소설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역시 범인이 누구일까를 추측하면서 읽다가 내가 지목했던 인물의 혐의가 벗겨지면 또 다른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재미일 것이다. 근래의 추리소설의 작가하면 '존 그리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미시시피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였기에 그의 추리소설은 법정 문제가 대두된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카프카 살인 사건'은 프란츠 카프카라는 서양문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실존주의 작가의 작품이 대두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는 '카프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작가인 '크리스티나 쿤'은 어릴 적부터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매혹되어 수많은 지적 추리소설을 섭렵했다. 2001년에 '물고기는 침묵할 수 있다'로 데뷔하여 여러 차례 여성추리 작가상 후보에 오르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녀는 대학에서 독문학과 예술사를 공부했는데, 이 소설의 바탕에 그녀의 카프카에 대한 지적인 관심이 깔려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고양이 이름이 '카프카'라고 하니 '카프카'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먼저 책표지의 그림이 '드가'의 발레리나가 비스듬히 쓰인 책제목과 함께 눈길을 끈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과 갇힌 새장에 핏자국.....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번째 살인사건의 시작인 '프랑크푸르트암마인 4월 27일 금요일'에서부터 마지막 '프라하 베네딕트 거리 5월 30일 수요일'의 이야기로 470여 페이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장의 첫 문장은 사선으로 쓰여졌다. (그런데, 나는 이 의미를 찾지 못했다.)


프랑크푸르트의 아주 작은 방에서 20세가량의 여자가 죽었다. 그 현장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발레리나인 헬레나이다. 프라하에서 어머니의 죽음후에 독일을 찾아온 소녀이다. 빨간 티셔츠 정도의 드레스를 걸치고 쉬지않고 춤을 추는 그녀에게 누군가가 금속 채찍으로 죽을 때까지 내려 친 것이다. 온 몸의 살이 터지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 몸속의 피가 모두 쏟아져서 과다 출혈로 죽었다. 헬레나는 음악에 맞추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발레리나 도자기 인형처럼 춤을 추면서 죽어갔다. 그 음악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그리고 죽은 그녀의 머리에는 예리한 칼로 K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옆에는 카프카의 '서커스의 관람석에서'의 책이 함께.....


 


처음의 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젊은 여검사 미리엄이 프랑크 푸르트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로, 극적인 반전의 묘미도 갖추어진 잘 짜인 범죄 스릴러다. 하지만 오로지 흥미와 긴장감만을 추구하는 통속적인 추리소설,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바로 이야기 속에서 20세기의 대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대놓고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카르카를 폭력 판타지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로 바라보며, 그의 숨겨진 미발표 초고를 들춰내다. 몰론, 그 초고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으로, 실제 작품보다도 훨씬 더 암울하고 폭력적이다. 그리고 작가는 카프카가 인간의 폭력성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어던 것은 카프카 자신이 그런 폭력성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P474~475,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면 이 소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프란츠 카프카'는 유럽에서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목받는 소설가이다. 그가 '변신'과 같은 작품을 쓰게 된 것도 그의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만 했던 아픈 생활이 있었던 것이다. '변신'에서 작은 곤충으로 변하여 가족들에게 거치장스러운 존재로 외롭게 사라지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카프카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폭력은 언제나 개인 즉 개별적 자아를 향해 있다고. 작품 하나 하나. 묘사 하나 하나가 소름이 돋고 오싹해 등에 식은 땀이 흐르죠. 맞습니다. 카프카는 예언자가 아니라 사이코 패스였어요, 광기의 기록자였던 거죠, 심지어 프로이트를 능가할 정도로 광기로 잘 표현했죠. (P150)


그리고, 두번째 살인 사건이 카프카의 '단식광대'라는 글과 함께 잔인한 방법으로 발견된다.


그렇다면, 살인자는 누구이며, 살인 동기는 무엇이고, 왜 '카프카'의 미발표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카프카'를 연구하는 교수인 양성애자 '밀란허스' 그의 제자들인 '저스틴' '파울오리비에' 발레리나인 '헬레나' 그리고 '헬레나'를 딸처럼 생각하여 그 소녀를 지키고 싶어하는 창녀 '제스' 그리고 '헬레나'의 살인 현장을 발견한 '밀란'교수의 아들 '다비드'그리고 친구 '시몬'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 교수와 제자, 동료와 연인 등으로 얽히고 설켜서 등장한다.


낙태의 아픈 기억때문에 안정된 결혼 생활과 출산을 꺼리는 여검사'미리엄'과 형사반장 '헨리'의 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살인자는 자신을 심판자로 자청한다.


'그 무엇도 단식광대를 구할 수 없었다. 단식 광대자신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평온해질 테고 아무 욕심도 없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을 위해 심판자는 행했던 것이고, 이제는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정되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 심판자는 그것을 확인했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는게 중요하다. 죽음은 은밀한 곳에서 탄생하는 예술이다. 그것은 자신과의 이별이 아니라, 단지 다른 이들과의 이별일 뿐이다. 이를 진정 느끼지 못하는 자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 심판자는 꿈꾼다. (중략) 사람들은 올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그것을 위해 심판자는 살아 있는 자들을 심판한다. 바로 죽음이 아니라 삶이 형벌이기 때문이다.'(P208~209)


이처럼 살인자는 카프카의 미발표 작품들이라는 글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살인의 타당성을 이야기한다. 과연 삶의 끝내게 할 수 있는 심판자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결말과 살인의 동기를 알기 위해서는 '증오의 대상이 아버지'였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연, 이 등장인물들 중에 아버지와 평화로웠던 사람은 있었을까?


 


'또한 작품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살해 동기는 카프카 작품의 특징 그 자체이다. 바람피우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어머니.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았고 아버지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는다. 그는 아버지가 쌓은 사회적 명성을 무너뜨리고 그를 자살로 내몰기 위해 그의 주변 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이고 범행 현장에는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릴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남긴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나 「변신」에 잘 나타나듯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다.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소설 속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쿤은 이 추리소설 속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또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 보여주고 있다.(출판사 리뷰중에서)'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세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사전 지식과 함께 (물론, 소설중의 인물의 대사를 통해 많은 부분을 알 수있기는 하다.) 살인의 동기가 된 아버지에 대한 증오이다. 어린시절의 가정환경이 인간의 성격형성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카프카'역시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서 아버지가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의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도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폭력, 어머니의 자살, 이혼, 부모의 외도 등이 모두 이 소설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작가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한 가장 큰 메시지인 것이다.


아주 잘짜여진 구성과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같아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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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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