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maru
- 작성일
- 2012.4.22
- 글쓴이
헬렌 켈러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헬렌 켈러 A Life>를 읽는 거의 모든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들은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을 통해서 읽었던 내용들이기에 이 책에 쓰여진 극히 적은 부분들에 해당하며, 그것들 마저도 정확한 사실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헬렌켈러는 위인전으로도 만났지만, 중고등학교 때에 영어 교과서나 영어 참고서의 지문으로도 많이 접했던 인물이다.
대부분의 영어 지문들은 정원에서 앤 설리번 선생이 헬렌켈러의 손에 펌프의 차가운 물을 만질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손에 w- a -t -e -r 를 써 주게 되는데,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헬렌이 감지하게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헬렌켈러와 앤 설러번은 이렇게 생의 50년을 함께 지낸 동반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들의 관계를 동반자 관계이외에도 공생관계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헬렌켈러와 앤 설리번의 이야기는 기적을 이룬 감동적인 실화로 비쳐지는 반면에, 그녀들의 행동이 그당시에 질시를 받기도 했고, 음모와 의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허먼은 4년간에 걸쳐서 헬렌 켈러의 고향, 앤 설리번의 모교, 장애인 단체, 의학 전문가 등을 찾아 다니면서 헬렌 켈러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수집된 많은 자료들이 헬렌 켈러의 내면 세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헬렌 켈러의 숨은 이야기들을 이 책 속에 담아내는 밑거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헬렌켈러 A Life>을 읽게 되면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헬렌켈러의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들이 그 시대의 사회에서 과장되고, 포장된 상태로 전해져 내려오기도 했고, 숨기고 싶은 부분들은 숨겨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헬렌켈러가 시각, 청각을 잃게 되어 언어 장애까지 겪게 되는 19개월된 유아에서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그대로 책 속에 담겨져 있다.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게 되면서 세상의 이목을 받게 된다. 그의 삶이 장애를 극복하게 되면서 배움의 열정으로 꽉 들어차게 되지만, 그녀가 가장 원했던 것은 '기적을 이루었다'는 것 보다는 자유와 평범한 삶이었던 것이다.
헬렌 켈러는 그런 삶을 원했지만, 그런 삶을 결코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이기심이나 앤 설러번의 양면적 태도들이 한 몫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헬렌 켈러가 기적을 이룬 것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직업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기적을 과대 선전함으로써 주목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음을 저자는 헬렌 켈러과 앤 설리번의 글들, 그녀들에게 보내진 편지들을 소개하면서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헬렌 켈러가 표절의혹을 받았던 <얼음나라 왕>이라는 글을 둘러싼 이야기, 장애인 최초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와 졸업에 관한 이야기, 그녀가 쓴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한 비평들이 그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말해 주기도 한다.
래드클리프 대학 입학에 대해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헬렌 켈러가 아니라 설러번 양이 래드 클리프 대학에 들어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떠냐 는 따위였다. " (p.p.211~ 212)
그녀의 작품인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 대해서는 헬렌 켈러의 순수한 표현이라기 보다는 설러번에 의해서 길들여진 글들임을 문학적 표현 방식과 시각적 아름다움의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헬렌 켈러의 많은 글들이 설리번에 의해서 다듬어져서 씌여졌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앤 설리번에게 헬렌 켈러는 '자기 삶의 자체'이며, '자기 일'이며, '자기 아이'라고 여겨 졌으며, 그녀는 헬렌을 창조하는데서 즐거움과 모험을 느끼기도 했으니, 둘의 관계가 공생관계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은 헬렌 켈러는 그의 또다른 스승이자, 설리번의 남편이 된 존 메이시의 영향으로 사회주의자였으며, 사회주의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1913년에 펴낸 <어둠 밖으로>는 헬렌이 사회주의자가 되게 된 이유, 사회주의자들의 믿음이 어떻게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 모음집이라는 것이다.
그이외에도 여성 참정권 운동을 비롯한 활동에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말하는 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기괴하여서 좀처럼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활동은 연극, 영화 촬영까지 했으며, 2차 세계대전이후 10년동안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1940년대 후반에 일본 강연을 한 후에 우리나라에서의 강연도 예정되었었는데,그녀의 비서였던 폴리의 건강악화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얼음나라 왕> 표절의혹, 헬렌을 둘러싼 권력투쟁, 설리번 선생과의 관계, 피터 페이건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 사회주의이자 급진주의 사상을 가졌다는 사실들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헬렌켈러의 또다른 모습인 것이다.
헬렌 켈러를 이야기하려면 꼭 말해야 하는 사람인 앤 설리번은 21살부터 70살까지 거의 평생을 함께 한 동반자인데, 그녀가 헬렌과 일심동체가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평생을 살아간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하는 생각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했다고 한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진정한 실체는 무엇일까? 그녀들의 참된 모습은?
그녀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활동을 하였으며,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빛나는 업적 뒤에 숨겨진 그들의 모습을 파헤치기에 이 책은 독자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헬렌 켈러 이야기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읽다가 그들의 업적 뒤에 숨겨져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 책도 헬렌 켈러라는 인물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그녀가 가장 원했던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 주었고, 그녀의 내면 속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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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