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류월
  1. 영화 이야기

이미지

장화, 홍련 - 정말 무서운게 뭔지 알아? (스포일러 경고)


 






이번 설 연휴에 각 방송사들이 특집으로 준비한 영화들의 면면은 상당히 놀라웠다. 그간에 지겹도록 옛날 영화만 재탕, 삼탕을 해오던 이들이 난데없이 2003년 개봉작들을, 그것도 왠만큼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을 무더기로 편성해놓은 것. 그 작품들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지난 여름 개봉했던 호러영화 러쉬 (장화 홍련, 거울속으로, 4인용 식탁, 주온) 속에서 가장 호평받았던 영화 <장화, 홍련>이었다.

지난 여름, 비디오판으로 봤던 <주온>에 대한 기대로 <주온>을 볼까 <장화, 홍련>을 볼까 숱한 고민끝에 결국 하루에 두 편을 다 보기로 했었는데 먼저 봤던 <장화, 홍련>에서 대만족하며, 나중에 봤던 <주온>에서 최악의 기분을 느끼며 돈아까움에 한탄했던 안좋은 추억이 있다. 아무튼간에 <장화, 홍련>의 경우 두번째 볼때의 느낌이 더욱 새롭다는 소위 반전 영화답게 이번 TV 방영시에도 극장에서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화면과 음질의 역력한 차이때문에 극장에서 봤을 당시에는 정말 무서워서 소리지르고 헐떡거리고 두려워했던 장면들이 거의 전혀 무섭지 않았던 것. 특히 새벽에 출몰하는 엄마 귀신은 극장에서 보던 당시엔 완전 쫄게 만들었던 장면인데 여기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훌러덩 지나갔다. (싱크대 밑에서 손이 쑥 나올때는 알고 있었지만 살짝 놀랐다.)

호러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장화, 홍련>은 무엇보다 정말 슬픈, 잔혹한 비극이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수연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그 슬프디 슬픈 배경음악과 함께 이쁘장한 문근영의 죽음을 속타고 애타게 지켜봐야하는 무력감을 그대로 전해받을 수 있다. 결국 이를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새엄마와 수미의 말로 역시 비극이다. 개봉 당시 영화에 대한 숱한 분석이 있었고, 영화를 볼 당시엔 어리둥절했던 것들을 그것을 통해 의미를 되새기고 이번에 다시 보면서 확실하게 영화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게되어 이제서야 영화를 온전히 이해한 느낌. 물론 단 한번에 관객에게 모든 걸 전달하지 못한 이 영화는 다소 불친절한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점수를 깎아먹었다 치더라도 그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흠잡을 곳 없는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병든 엄마와 의사 아버지, 수미, 수연의 가족이 염정아의 등장으로 균열이 일어났고 (이전에 병든 엄마는 늘상 골방에 있었고 수미는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해야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느낌이 일반적인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근친 상간적 요소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와중에 엄마가 옷장에서 자살하고 그 옷장에 깔려버리는 수연. 그리고 그것을 앞두고 염정아와 수미의 자존심으로 인한 신경전이 수연은 그대로 죽어버리고, 수미는 이로인해 미쳐버린다.

이후 거의 나아가던 수미와 아버지는 둘이서 옛집으로 찾아가지만 수미는 그 집에 들어서자 다시 병세가 악화, 수연이 살아있다는 상상과 새엄마가 수연이를 괴롭히고 있다는 연기와 함께 정신분열적증세를 보이며 관객을 완전히 속인다. 하지만 수많은 실마리가 내던져 있어 후반부에 진실이 밝혀질때, 그리고 영화를 다시 볼때 이런 복선들을 확인할때는 영화의 치밀함에 탄성을 내지를수 밖에 없었다. (특히 맨처음에 둘이 호숫가로 가서 발을 담그는 장면에서 수연이의 발은 보이지 않는 다는 장면에선 정말 완전히 속았다.)

또한 "정말 무서운게 뭔지 알아? 지우고 싶은게 있는데..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잊혀지지도 지워지질 않고 평생을 따라다녀. 유령처럼." 이라는 극중 수미가 염정아의 모습으로 변해 내뱉은 이 대사는 가슴깊숙히까지 공감되는 인간의 공포심리를 확실하게 후벼파주고 있었다.

DVD 로 편집된 장면들과 뒷얘기를 볼 것이 강력히 요청되는 영화로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호러 (귀신으로 인해 무서웠던 장면은 매우 드물었지만), 제대로된 반전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낼 수 있던 영화. 임수정이라는 늦깍이 신예를 발굴과 문근영이라는 이쁘장한 대스타의 싹을 견한, 염정아의 뒤늦은 부활과 김갑수의 노련함이 묻어있는 영화 <장화, 홍련>은 2003년 한국영화사에 반드시 기억되야할 영화중 하나이다.

좋아요
댓글
6
작성일
2023.04.26

댓글 6

  1. 대표사진

    아게하^.~

    작성일
    2004. 1. 25.

  2. 대표사진

    류월

    작성일
    2004. 1. 26.

  3. 대표사진

    지니

    작성일
    2004. 1. 30.

  4. 대표사진

    color2033

    작성일
    2004. 2. 5.

  5. 대표사진

    ♬주바리

    작성일
    2004. 2. 5.

류월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06.11.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6.11.22
  2. 작성일
    2006.11.22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06.11.22
  3. 작성일
    2006.11.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6.11.22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0
    좋아요
    댓글
    245
    작성일
    2025.5.2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9
    좋아요
    댓글
    159
    작성일
    2025.5.1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1
    좋아요
    댓글
    108
    작성일
    2025.5.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