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연출가전

연극 <길바닥에 나 앉다>, 2011.7.30, 오후8시

밀양연극촌 숲의 극장, 극단 연희단거리패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길바닥에 나 앉다>도 역시 현실비판적인 작품이다. 한겨울 차가운 길거리에 한명의 소녀가 추위에 떨며 등장한다. 갈곳도 추위를 피할곳도 없다. 지나가는 차의 소리, 앰뷸런스소리, 바람소리, 인간문명의 소리가 매섭고 차갑게 들려온다. 소녀는 쓰레기통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그 옆에 덮어쓰고 추위를 피한다. 그러다 한명의 건장한 사내가 등장한다. 그의 손에는 옛날 유리병으로된 대자 소주병이 들려있다. 저기에 술이 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기세와는 다르게 외양은 노숙자 차림이다. 깡과 기세만 등등히 남아있다. 그의 동료 한명과 같이 갑자기 도심의 아스팔트 도로에 차단막을 치고 길을 막는다. 그리고는 유리병에서 무언가를 따라내고 솔빗으로 길에 바르기 시작한다. 다름아닌 참기름 이다. 공연내내 참기름 냄새가 공연장에 풀풀 날린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세상을 뒤짚어 엎어버리는 것이다. 땅을 뒤엎어 버리겠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이 기세 당당한 사내(기린)는 세상에 대한 무척 철학적이면서도, 기괴하면서도, 의미있는 반어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 순간 한명의 길가던 사내(노루)가 끼어들어 그를 조롱하고 방해한다. 그의 모습은 양말도 못신고 있는 형상이고 역시 노숙자와 비슷하다. 이둘은 의견다툼으로 싸우기도 하는데, 그순간 창문에서는 시끄러워서 잠못자겠다며 소리지르며 손짓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이사람에대해서 사내(기린)는 얼굴이나 드러내고 이야기 하라고 핀잔을 준다.

이둘의 대화에서 또 이야기에서 세상과 기존체제에 대한 이야기와 언급들이 유쾌하고 통쾌하게 펼쳐진다. 세금에 대한 이야기, 진빵을 이용한 조롱과 희롱, 검은양복의 비밀요원에 대한 이야기, 수돗물을 이용한 가진자와 못가진자에 대한 풍자, 포장마차 빼앗긴 아줌마, 야쿠르트 아줌마의 등장, 샤냥꾼의 등장, 그리고 폭탄세일전단지 등 통괘하고 생각을 뒤짚는 장면이 가득하다.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나 이들의 기세에 억눌려 어쩌지 못하다 도망가고, 비밀요원들이 등장해서 이들(사실 동물을 의인화 한 것임)을 유혹하고, 어쩌지 못하고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웃기기도 하다.

마침내 참기름을 다 바르고 이들은 도로를 정말로 뜯어내고나서 그아래 흙을 파내며 환호한다. 그리고 다시금 참기름을 다량 뒤짚어 쓰며 환호한다. 이런 그들의 머리위로 하얀구름이 흘러가며 이들은 구름을 쳐다본다. 말러의 교향곡중 아다지에토선율이 잔잔히 흘러간다. 이 연극에서 이들이 참기름을 바르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슈베르트의 송어를 배우들이 흥얼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판 <금수회의록>이란 해설이 붙기도한 이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리고 현대문명에 대해서 동물을 의인화시켜 비판하고, 우리사람들의 삶과 목적, 삶의 방식이란것이 진정 올바르고 값어치 있고 진정한 가치가 있는가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등장인물인 의인화된 기린, 노루, 돼지등의 모습에서 이들의 행동과 모습이 의미없어 보이고 비생산적인 것 같지만, 훨씬더 인간들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즐겁고 의미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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