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 리뷰

NYLiverpool
- 작성일
- 2012.12.10
[Blu-ray] 위대한 비밀
- 글쓴이
소니픽쳐스
영국에서 엘리자베스와 셰익스피어를 빼면 김밥 속에서 햄과 단무지가 빠진 것과 같다. 이런 둘을 정치권력과 문학으로 연계한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의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정치권력과 사랑, 그 이면에 있는 문학적 가치와 진짜 셰익스피어의 존재.
이 영화는 "과연 셰익스피어가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많은 문학작품의 장본인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물음표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로 그려낸다. 영미 문학의 정수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소네트에 담긴 운율 속 정치적 이념과 신념, 글에 대한 문학적 구성을 과연 셰익스피어라는 사람이 했겠는가? 라는 것이다. 그래서, 160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인물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채운다.
극작가 벤자민 존슨은 우연히 에드워드 백작이 쓴 작품들을 공연한다. 그가 존슨을 선택한 이유는 문체의 성향이 강하지 않기에 대필 작가로 내세워도 괜찮다는 것. 그런데, 작가를 찾는 관중들의 함성에 머뭇거리고, 그 사이 연기 못하는 배우에 불과한 윌리엄이 나선다.
당시 영국의 정치상황은 세실 집안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수십 년간 보필하며 절대권력을 구축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지던 때였다. 게다가 나이든 노인이 되어버린 엘리자베스는 중요한 결정에서 망설이고 어찌할 줄을 모른다. 그래서, 에드워드 백작은 셰익스피어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군중들의 마음에 영국적 애국심과 정치권력에 대한 반기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셰익스피어는 뒤에 가려지고 글 쓸 줄 모르고 허영심에 가득한 윌리엄이 셰익스피어 행세를 한다. 돈으로 가문의 문장을 만들고 그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살해까지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성편력과 사생아의 문제, 여왕이 사랑했던 에드워드 백작, 백작이 사랑한 아들의 존재, 청교도 가문인 세실 가문에서 문학이 죄악으로 비쳐지는 일,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청년인 에드워드 백작이 정치에 관심없고 시를 짓는 즐거움에 가세가 기운 과정 속에서 보여지는 가족들의 냉대. 이것은 귀한 귀족이 천한 작가이름과 같은 격이 될 수 없을 때, 어느 귀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 문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사랑이나 외국의 견제에도 영국을 보호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선택한 배경을 보면 정치권력이 무엇인지 한 단어로 설명된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 모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세실 가문을 자신의 측근으로 둔 것은 모든 것을 걸고 여왕만 보던 그들만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식인 것을 알면서도 진실에 대한 확인없이 참수형을 집행하려는 모습은 문학적 감수성이 가득한 에드워드 백작과 비교된다. 이 영화에서는 연극과 글을 사랑하지만 냉혈적이며 질투심강한 엘리자베스로 그려진다.
엘리자베스 시대와 그 뒤를 이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1세를 기억하는 것은 없애려 했으나 계속해서 출판되고 읽히는 벤자민 존슨과 셰익스피어의 문학들 덕분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많은 작품들의 이름, '리어왕',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3세', '십이야' 등의 희곡과 소네트의 운율 속에 살아있는 그 시대의 정서와 감각은 정치와 문학, 인간과 사랑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펜과 칼로 상징되는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 정치권력과 결정적인 순간에 벌어지는 배신, 무대를 장악한 희곡과 결국에는 메리의 아들에게 빼앗긴 왕좌. 현재 남아있는 벤자민 존슨이 보는 셰익스피어와 실존 셰익스피어의 차이에서 찾아낸 에드워드 백작의 삶은 현재에서 탄탄하게 과거를 채웠다. 익명으로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의 문학 속 정치 이야기. 진짜 셰익스피어가 누군지는 큰 상관없다. 영화를 보면서 백작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게 되고, 문학이 사람들에게 주는 힘을 알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면서 보는 것이 더 좋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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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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