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우수 리뷰 ^*^

키드만
- 작성일
- 2017.3.14
나의 눈부신 친구
- 글쓴이
- 엘레나 페란테 저
한길사
이 책이 나폴리 4부작의 그 첫 권이라는 것도, 작가 엘레나 페란테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시작했다. 표지가 주는 느낌이 산뜻했고, 그 이미지가 마치 빨간머리 앤을 연상하게 했기에, 그런 두 소녀이 우정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그리고 봄이 오고 있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은 후..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앞으로 이어질 , 소녀가 아닌 여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빨간머리앤의 그런 소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이다. 정치적,사회적인 혼란과 함께 빈부의 차이가 심했던 시대.
빈곤층이 모여 있던 남부 지방, 그리고 아직은 모든 것들이 평등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차별과 폭력이 난무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웃의 숟가락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상황의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들의 아이들이 모여 학교를 다니고 놀이를 하고 그 와중에 생겨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움과 다툼과 성장의 아픔..이 모든 것들이 모여있는 그 시골 마을에 두 소녀 '릴라'와 '레누'가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와 취향이 바슷하기에 공통점이 많아 친해질 수도 있고 나와는 다르기에 나에게 없는 것들을 채워주는 상대방이 좋아서 친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릴라'와 '레누'는 아마 후지인 것 같다. 성향이 너무도 다른 두 소녀는 단짝이 되고 언제나 시간을 같이한다.
구두수선공의 딸 '릴라'와 시청수위의 딸 '레누'
1권의 이야기는 그들의 유년기와 사춘기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돈 아킬레 이야기'가 그들의 유년기를 이야기해주고 '구두 이야기'가 그들의 사춘기를 이야기 해 준다.
과연 제목과 그들의 유년기. 사춘기 얘기가 무슨 상관이었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그 제목은 그야말로 그들의 그 시기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제목이었던 것 같다.
돈 아킬레는 고리대급업자로 당시 어린아이들은 그를 괴몰이라 생각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돈 아킬레가 몰락하고 그 자식들의 시대가 됨으로 그들은 유년기의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p29)
또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릴라는 오빠 리노와 함께 구두를 수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제작하여 체룰로 구두를 만들어 사업을 키울 꿈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 릴라는 많은 내적 갈등과 함께 외적으로 여성화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런 릴라의 변화를 바라보는 레누 또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해 보게 된다.
그러한 그들의 성장통속에 구두라는 것은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릴라와 레누는 서로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비대칭이 아닌 대칭 구도임을 암시하게 된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을 릴라의 결혼식 장면이다. 릴라는 돈 아킬레의 장남인 스테파노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다. 그 마지막에 연적이었던 마르첼로가 체룰로의 남성구두를 신고 나타나 다음 이야기의 갈등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노력형이며 모범생인 레누는 언제나 자신보다 더 명석하고,못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칠 것 없이 행동했던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 하고 싶고, 릴라에게 자신이 우선이어야했고, 그 누구보다도 릴라가 인정해주는 것이 좋았다. 웬지 그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 그런 친구가 있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아마 조금씩 정도의 차이겠지만 그런 친구는 누구나 한명 정도는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였을까.레누는 항상 자신이 릴라에게 의존하고 자신보다 릴라는 자신을 덜 좋아하는 건 아닐까..그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릴라는 결혼식 당일 준비를 도와주는 레누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p416)
릴라도 레누에게 열등감이 있었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것을 레누에게 이루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눈부신 친구라는 표현과 함께 .. 이 둘은 이렇게 자신들의 관점에서 서로에게 자극받고 또 대리 만족도 하면서 그렇게 우정의 깊이를 더 해가고 있었다.
4부작인 만큼 그들의 60년의 우정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60년 후 릴라의 아들이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레누에게 하면서 시작된다.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릴라.. 30년전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던 릴라..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받고 나서는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을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고..
그렇게 레누의 기록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2권에서는 성인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예상된다. 과연 릴라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될까. 레누는 공부를 계속해서 그들이 벗어나고 싶어했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들의 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또 성인이 된 후 서로에게 미칠 영향은 어떤 것들일까..
지구 저쪽 먼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웬지 오래전의 모습들을 떠 올리며 읽을 수 있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가 되는 듯 하다. 돌아보면 나의 예전의 이야기들도 이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시 정리를 해 본다면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그때 그때마다 느끼고 고민했던 감정적인 부분들을 작가가 어떤 극적인 이야기로 건드려 줄 것인지.
그 대목에서 인물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은 과연 어떤 것들일지.. 그러한 관점에서 이 이야기의 흐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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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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