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nil0109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5.11.11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리뷰어당첨에서 떨어지고 홧김(?)에 책을 구해 읽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쁘거나 가슴벅차오르지 않았다. 작가는 2년간 제주에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했을텐데 난 도대체 작가가 무얼 말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호랑이를 죽이지 않고 극복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거? 환영과 환청을 키울 만큼 과거 어두웠던 대학생시절 시대적 상황과 형이 프락치로 몰려 자살하도록 방관하고 일조한거? 그로 인해 소원해진 병상에 계신 아버지와의 관계? 세상을 냉소적이고 한껏 물러서 이도 저도 아닌 경계인으로 사는 불안한 현대인을 이야기하려고 한 거였나? 누구나에게 있는 트라우마를 영빈과 주변인물들을 통해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걸까?
어둠속에서 봤다는 그 백조일손의 혼백들이 외지인인 영빈만을 제외하고 자신들끼리만 쑥덕거렸던 그 날의 환각때문에 호랑이는 폭풍속에 더욱 거세게 울어댔고 해연의 아버지가 실족했던 갯바위에서 잡은 영물물고기를 놓아 줌으로써 호랑이를 떠나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멋진 이야기였다. 다행히 해연과 주인공은 호랑이를 살렸지만 히데코와 사기사와 메구무는 호랑이와 함께 자신도 죽었다는 점에서 자신을 덮칠 수도 잠시 재워두고 평생을 함께 갈 수도 있는 감기 같은 호랑이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문답으로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장황하게 늘어선 낚시이야기, 물고기요리법은 마치 어렸을 때 포커나 블랙잭을 모르고 보던 '도신'類 의 영화를 본 것 같았다. 사실 낚시를 좋아하고 해 본 사람이야 릴이 끌려가는 느낌에 물때가 어쩌구 저쩌구를 실감나게 그려 볼 수 있지만 낚시에 생면부지인 사람은 장황한 글에 대충 읽고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그들이 성수대교붕괴 현장에서 같은 택시를 탔다가 9년이 흘러 우연히 동사무소에서 만났다는 설정자체도 현실과 억지로 엮으려는 것이 불편했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생뚱맞게, 정말 생뚱맞게도 그가 순수문학에서가 아니라 현실참여적인 요소를 가미하고자 4.3항쟁으로 인한 제주도민의 원한을 슬며서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평론에서는 몽환적인 前스타일에서 벗어나 사회역사적인 쪽으로도 참여했다고, 새로운 리얼리티라고 극찬했다)
사실 이 평론을 보고 책을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나중에 학살터에서 꿈꾸든 혼령을 본 것으로 제주4.3항쟁은 끝이었다. 외지인에 대한 식당아줌마의 살갑지 않은 접대에서도 아주 쬐금 나오려다 말았지만. 그랬다. 이것이 날 크게 실망시켰다.
이 글을 쓴 이유가 새 소설을 악의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 절대로 아님을 적는다. 기실 윤대녕의 이전 소설들을 네 권이상 읽은 열혈독자로서 기대했던 새 작품이 소인배의 소심함에 걸렸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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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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