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일어나 광명역에 아내를 태워주었다.
방학이 시작되자 곧바로 친정을 가는 아내, 효녀다.
곁에서 지켜보니, 효심 깊은 사람이 참사람인 것 같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다.

시시비비에 민감한 나는 가족에게도 논리를 적용하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에까지 시비를 확장하기엔 떳떳하지 못하다.
당연히 자기부터 탐구하고 나서 타인을 관찰하는 게 맞는 순서일 것이다.

일주일 쯤 전 구매 예약했던 임은정 검사의 책이 어제 도착했다.
출간일보다 하루 빨랐다.
성격이 급해서 일찌감치 예약했는데, 그 후로도 일상은 복잡해서 잊고 지내다가 어제 저녁 퇴근해서 만나니,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닌데 반가웠다.

오늘은 휴일이고 비도 오락가락해서 책읽기에 안성맞춤.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놓았던 책들은 제껴놓고,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중간중간 펼쳐보았다.
소설 같은 전개가 아니라 칼럼들과 검찰 내부망에 올렸던 글들, 그 사연 등을 모아놓은 형태라 오히려 거꾸로 읽는게, 머리에는 쉽게 들어올 수도 있겠다 싶다.

인간은 환경을 만들고,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임검사님은 엘리트 검찰들 세력에게 도구화된 부끄럽고 어두운 검찰의 환경에 함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극복하려 애쓰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그녀가 우리나라 검찰 환경을 정의롭게, 아름답게 만드려는 애정이 책 속에 가득하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만 책을 보면 볼수록 검사들도, 조직 피라미드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양심으로부터 멀어져야 권력을 쟁취, 유지하기 편한 것 같다.
나쁜 놈들도 처음에는 악에 굴복할 때 불안하지 않을까?
좋은 머리, 조건을 부여받아 세상에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영위하는 사람들.
처벌받지 않고, 비판받지 않고, 오히려 패거리들에게 인정받으며 패밀리화 해서 몸집을 불리다보면, 양심이란 우스꽝스러운 어린애 손목처럼 여겨지는 것인가?

임검사는, 불가에서 흔히 얘기하는 연꽃 같은 존재이다.
흙탕물 속에서 굳건히 양심과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그에 더해 조직의 오염을 소리치고, 나아가서 국가의 미래를 청정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눈물과 두려움이 있었을까 싶다.

우리는 참으로 위험한 자들이 국가의 중요 부분을 장악하고, 사익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걸 이 책에서도 보게 된다.
그들은 법률용어로 자신들의 겉모습을 위장하지만 자신들이 권력의 바운더리 안에 빌붙어 초라한 마음으로 떨어진 존재인지도 모른채 우쭐거린다.
출세를 위한 아부를 성실한 노력으로 포장하며, 행운이 영원할 줄 안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어차피 자신들의 치부는 업계 외에선 아무도 모를거라 자만하고 있을까?
학창시절엔 좋은 책도 많이 봤을텐데 어찌 그들의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비루해지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무엇보다도 부모 얼굴에 똥칠하는 진짜 불효자라는 걸 알기는 할까?

공무를 수행하며 먹고 사는 입장이라면 세상과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지 조심하는 마음으로 사리를 잘 살펴서 처신해야 할 텐데, 사익과 비겁함으로 물들인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인간들의 뻔뻔함이라니...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에 진출해, 작은 성공에 취한 젊은이의 치기 같은 것들이 어떻게 풍진 세파를 겪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더욱 강건해지는지, 오만한 권력자들의 비열함에 숨막힐 것 같은데도 그 끔찍한 오물통 속에서 향기를 품어내는 임검사님.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어마지 않는다.
오늘따라, 하루 세 끼 밥 챙겨먹은 게 왠지 부끄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