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7.30
"나는 김치 하면 기쁨이 떠오른다. 김치를 먹을 때면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284쪽)
한국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생태학자 롭 던이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에서 한 얘기다. 그는 (아마도 재미 교포인) 조권과 그의 어머니 권수희와 친분을 가지고 있고, 그와 그녀로부터 한국 음식을 적지 않게 대접받은 모양이다. 첼리스트인 조권의 돼지구이 요리에 대해선, "돼지의 사랑스러움과 우주의 장엄함을 모두 생각해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극찬을 한다.
권수희씨와 관련해선 해물파전, 짜장면, 떡볶이 등을 언급하는데, 권수희씨가 '음식에 사랑을 담는 법을 배웠다'고 쓰고 있다. 그가 음식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롭 던이 권수희씨의 요리 얘기를 하는 것은, 그 요리가 맛있다, 없다, 사랑이 담겼다 등의 얘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 음식에서 흔히 하는 '손맛'에 대해서 언급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이, 그것도 과학자가 '손맛'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낯설긴 한데, 그는 바로 사람과 집들의 고유성이 그 사람과 집에 존재하는 세균을 비롯한 생물에서 온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그럴 듯하다.
"집 안의 생물과 한국 음식을 만드는 일은 별 상관이 없겠지만 딱 한 가지, '손맛'이라는 개념과는 연관이 있다. 손맛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음식에 부여하는 맛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손으로 내는 맛이지만, 상징적으로는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만지고, 다루고, 요리를 하는지가 모두 손맛에 일조한다. 이런 개념에서 영감을 얻은 나는 조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한 가지가설을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한국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그녀의 여동생과 사촌이 만든 음식과 다른 맛을 내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몸에 있는 미생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282쪽)
그러고는 발효 음식, 특히 김치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결국 그는 그 실험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빵을 이용해서 실험하고, 그의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김치였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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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