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4.29
다윈은 유전의 원리를 알지 못했다(혹은 잘못 알았다). 멘델의 논문이 실린 잡지가 그의 서재에 꽂혀 있었다고도 하지만 그 논문을 읽었다는 흔적은 없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전은 대체로 피가 섞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지금도 흔히 비유적으로 말하듯).
이와 같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다윈이 ‘용불용’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다윈의 자연선택 원리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데(특히 기린의 목 진화와 관련해서),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용불용설을 언급하고 그에 기대어 진화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지금 생각하기에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가 사육하고 있는 동물들이 사용하는 어떤 부위는 강화되고 크게 만들어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감소한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변형이 유전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 다윈(신현철 역주), 《종의 기원 톺아보기》 (187쪽)
물론 다윈의 진화론에서 핵심은 자연선택이고, 자연선택에 관한 설명을 위해서 진화가 아닌 유전의 원리로서 용불용설을 끄집어냈다.
“자신들의 부모와 자신 사이에서 나타나는 소소한 차이 하나하나에는 원인이 무엇이든, 하나하나에 하나의 원인이 반드시 있지만, 이런 차이들이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개체에게 유리할 때에는 꾸준히 축적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구조에 좀 더 중요한 모든 변형들을 가져다주었으며, 지구상에 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서로서로 맞서 싸우도록 했으며, 가장 잘 적응한 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 다윈(신현철 역주), 《종의 기원 톺아보기》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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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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