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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2.3.16
“벌 역시 매우 뛰어난 자연의 건축가다. 벌집의 대명사인 육각형 구조는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다. ... (중략) ... 육각형이 갖는 강점은 동일한 테두리 길이로 가장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동일한 면적일 경우 육각형의 둘레가 가장 짧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벌집을 지을 때 재료가 덜 소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180쪽)
“찰스 다윈은 공간과 재료의 낭비가 전혀 없는 완벽한 구조라 극찬했다. 이처럼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벌집 구조는 가장 경제적이며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다. 따라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항공기의 몸체나 골판지, 샌드위치 판넬 등에 많이 사용된다.” (181쪽)
벌집이 아주 효율적인 건축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벌은 어떻게 육각형 모양이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송현수의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에서는 벌이 의도적으로 육각형의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벌집이 완성된 초기에는 원통형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면장력에 의해 육각형 구조로 변형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벌은 집을 원형으로 만드는데, 아직 따뜻한 밀랍은 점성 유체처럼 유동성을 갖고 있어 원통과 원통 사이를 스스로 채우고 마침내 육각형으로 변형된다. 이는 하나의 비누방울은 구형이지만 여러 개가 합쳐지면 육각형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 형태가 표면적을 최소로 하는, 즉 자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벌이 의도적으로 기하학 지식을 건축에 접목한 것이 아니라 표면장력이라는 유체역학적 현상에 의해 자연스럽게 최적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벌이 의식적으로 육각형의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벌집의 구조에 대한 놀라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가능한 셈이며(그걸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연이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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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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