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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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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은 기회 비용의 의미이기도 하다. 책읽기가 직업이지 아닌 이상 책읽기라는 행위는 기회 비용일 것이다. 나는 소설이니, 역사서니 하는 것들 보다는 다른 읽어야 할 것을 쌓아놓고 있다. 그것들을 제쳐놓고 전공과는 별로 상관없는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그것이 더 좋아해서이겠지만, 그래도 꽤 상당한 포기라는 단어를 써야만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돈을 치르고 산 책을 순식간에 읽게 되어 버리면 서로 정반대의 생각이 동시에 든다. 하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사서 읽게 된 데에 대한 뿌듯함. 또 하나는 이렇게 빠르게 읽어버리는 책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된 데에 대한 아쉬움. 결국은 어느 쪽이든 대체로 그 책에 대한 좋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논문을 읽어야 할 시간을 버리고(?) 그 책을 읽었던 나의 행위에 대해서 조금 더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빠른 기간 동안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하루의 시간을 더 많이 들였다는 얘기이니.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피처>가 그렇다. 3일이다. 특히 3부는 오늘 출근 길, 퇴근 길,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 읽어버렸다. 다른 일(가령 책읽기)을 하더라도 아무도 상관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게 내 방이지만 출근해서는 다른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거의 단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벤 브래드포드에서 게리 서머스로, 그리고 앤드류 타벨로.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또 다른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도 순식간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1, 2부가 조금 지루했다는 인터넷 상의 누구의 평을 인정할 수도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3부의 스마트하고 흥미진진한 진행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여겨지는 것일 수 있다고 보인다.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벤 브래드포드는 과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일까? 그게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의한 것이어도 그걸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결코 벤 브레드포드의 삶을 동경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어떤 계기가 주어져 어쩔 수 없이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하게 될 때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그 삶을 선택했을 때, 나는 만족하게 될까?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삶이 있을까?


 


(지금 찾아보니 영화는 다 만들어졌나 보네요. "L'homme Qui Voulait Vivre Sa Vie, The Big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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