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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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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항생제 내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언급하는 게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그림을 제시하면서인데,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 항생제 내성은 꾸준히 느는데 반해, 1990년대 이후에는 새로이 개발되는 항생제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성 세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러다간 큰일 날 사태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큰 제약회사에서 항생제 개발에 들이는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몇 년 전에는 커다란 미생물 또는 감염 관련학회의 단골 session이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로는 몇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새로운 target을 찾기가 힘들다. 사람한테는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세균은 죽여야 하는데 그 target을 찾는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두번째로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 있다. 특히 개발 기간이나 임상시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다른 약들과 비교해서도 그렇단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개발해도 (부작용이라는 관문까지 통과하더라도) 내성이라는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갖는 항생제라야 기존의 항생제 내성을 비껴갈 수 있고, 비록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는 항생제라고 하더라도 세균은 금새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 그동안의 사례였다. 그래서 애쓰게 개발한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제부터가 내가 하려고 하는 얘기인데, 제약회사에서 항생제를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항생제는 감염 환자가 그 약을 처방 받아 치료되면 끝이다.


그리고 다음 감염이 똑같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세균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으니 그 때마다 새로운 항생제가 쓰인다.


그러니 한번 아프면 평생 가면서 약을 써야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정확히는 치료제가 아닐 수 있다)를 개발하는 것이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다. 예를 들어, 당뇨, 고혈압 같은 것이다. 그게 완전히 치료된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평생 관리를 해야하는 것이지.


아이러니하게도 항생제 개발의 문제점은 그게 너무 잘 들어 치료를 해버린다는 데 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대략 이러한 이유들로 제약회사에서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정부의 연구 예산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은 이러한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된 것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을 읽으면서 이에 대해서 짧지 않게 언급한 대목을 접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의 10대 사망 원인을 제시하고, 연구비 지원 내역을 비교했을 때 전염병에 의한 사망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데도 불구하고 연구비 지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부의 연구 예산을 이 분야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쓰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위에 내가 제시한 제약회사가 연구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염병 연구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마땅한 근거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전염병은 예측 불가능하다. 늘 새로운 종류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으며, 새로운 종류는 범유행병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민간 부분에서는 이윤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만성 질환 치료제보다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에 더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길 꺼린다. 에이즈 치료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는 환자가 복용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약처럼 돈벌이가 되는 약은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계속해서 매일 복용해야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늘 새롭게 진화하기 때문에 기껏 개발해 놓은 약이 금방 효과가 없어지는 일도 가끔 있다. 따라서 민간 회사들은 전염병과 맞서 싸울 방법을 늘 새로 찾아야 할 동기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 기관이 궂은 일을 떠맡는 게 타당하다.” (203)


 


또한 연구 예산이 적은 이유로 한 가지를 더 들고 있는데 그건 대중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 우리는 항생제의 효과에 대해서 굉장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감염 쯤은 정복할 수 있는, 혹은 그것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알츠하이머나 당뇨, 심혈관 질환 보다는 덜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슈퍼 박테리아 등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그렇지 않다는 경계심을 가지게 되지만, 글쎄 정말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럴까 하는 것은 의문이다.


 


이러한 내용이 내게 더 와닿게 되는 이유가 있다. 2월은 연구비 지원을 신청하는 기간이다. 얼마전에 한국연구재단의 공고가 나왔고, 설이 지나면 그것에 매달려야 한다.


위와 같은 시세일러의 지적을 염두에 두고 이 분야에 연구비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 아니 늘어야 한다.


-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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