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지만 창의성 넘치는 연구들
제21회 이그노벨상 시상식 열려 (1)
2011년 10월 05일(수)
2011년 노벨상의 주인공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표된 생리의학상은 면역체계의 핵심적인 원리를 밝혀낸 3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미국의 브루스 보이틀러, 룩셈부르크의 율레스 호프만, 캐나다의 랠프 슈타인만이다. 이번 주 안에 나머지 물리학, 화학상 등 수상자도 밝혀질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목)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또 다른 노벨상 수상식이 거행됐다. 진짜가 아닌 짝퉁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노벨상(Ignobel Prize)’이다.
 | ▲ 이그노벨상은 '처음엔 웃음을 주다가 곧이어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에 수여된다 | 이그노벨은 하버드대가 발행하는 과학유머잡지 에어(AIR)가 기발하고 희한한 연구를 수행한 사람에게 지난 1991년부터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어린 아이들이나 던질 법한 궁금증을 실제 과학실험으로 해결해낸 연구자들을 치하한다.
이그노벨은 귀하다(noble)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노벨상(Nobel Prize)을 패러디해 ‘천하다’는 의미의 이그노블(ignoble)을 내세운 것으로, 이그(IG)는 ‘말도 안 되지만 진짜 존재하는(Improbable Genuine)’의 줄임말로도 해석된다.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그노벨상이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first make people laugh, and then make them think) 연구를 치하하는 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수상자 중에는 실제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켜 10년 전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안드레 가임(Andre Geim)이 지난해에는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이그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커졌다.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 내용도 특이하다. 사람과 달리 거북끼리는 하품이 전염되지 않는다, 소변을 참으면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왜 사람들은 한숨을 쉬는가 등 10개 부문에 걸쳐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얼마나 독특하고 해괴한지 살펴보자. (가나다순)
▲ 공공안전상 : 고속도로 운전자의 시야 가리는 실험
 | ▲ 운전 중의 주의력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움직이는 눈가리개를 만든 존 센더스 교수 | 존 센더스(John Senders)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공공안전상의 주인공이다. 센더스 교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의 시야를 반복적으로 가렸다 비켰다 하는 장치를 설치해 주의력 변화 실험을 진행했다.
동영상을 보면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실험인데도 천연덕스럽게 운전하며 연구를 설명하는 40여 년 전 젊은 센더스 교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kOguslSPpqo). 결과는 1967년에 ‘자동차 운전에는 주의력이 요구된다(The Attentional Demand of Automobile Driving)’라는 논문으로 ‘고속도로 연구저널(Highway Research Record)’에 발표됐다.
▲ 문학상 :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연스레 덜 중요한 일에 매달린다
‘업무를 미루면서도 끝낼 수 있는 방법(How to Procrastinate and Still Get Things Done)’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존 페리(John Perry)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가 수상했다.
‘조직적인 지연작전(Structured Procrastination)’이라 불리는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중요한 일을 하기 싫을 때 그보다 덜 중요한 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시험이 내일인데 괜히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식이다.
이를 거꾸로 이용하면 업무성과를 높일 수도 있다. 언제나 더 중요한 일을 할일 목록의 맨 위에 적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중압감을 피하기 위해 그 아래의 일부터 하게 된다. 일종의 자기기만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 물리학상 : 해머던지기와 달리 원반던지기는 어지럼증 생긴다
 | ▲ 해머던지기를 할 때는 원반던지기와 달리 어지럼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 원반던지기 선수의 어지럼증을 연구해 ‘원반던지기 선수의 어지럼증은 회전운동으로 생기는 움직임 때문(Dizziness in Discus Throwers is Related to Motion Sickness Generated While Spinning)’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정해진 원 안에서 빙빙 돌다가 묵직한 물체를 멀리 날려 보내는 육상종목이면서도 원반던지기 선수들과 달리 해머던지기 선수는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 연구진은 22명의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실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59퍼센트의 선수들이 해머던지기에서는 괜찮다가 원반던지기 이후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답했다.
슬로우모션 동영상 관찰 결과, 해머를 던질 때는 발바닥에 중심점이 위치해 있으며 시야 확보도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반던지기와 해머던지기가 올림픽 종목으로 등장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이제야 어지럼증의 이유가 밝혀진 것이 이채롭다.
▲ 수학상 : 지구 종말의 시기를 계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구가 곧 종말을 맞는다고 주장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역사 속 인물 6명이 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으며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이그노벨 측은 “지구의 종말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때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칭송이 아닌 비난의 의미로 선정한 것이다.
1954년에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고 예측한 미국의 도로시 마틴, 1982년이라고 계산한 팻 로버트슨, 1990년이라고 예상한 예언자 엘리자베스 클레어, 1992년에 인류가 ‘휴거’를 당해 하늘로 올라간다고 주장한 한국의 이장림 목사, 1999년이라고 주장한 우간다의 크레도니아 므웨린데, 1994년이라 했다가 틀리자 2011년 10월 21일로 바꾼 미국의 해롤드 캠핑 등이다.
▲ 생물학상 : 곤충들의 짝짓기 교란시키는 맥주병
 | ▲ 맥주병 표면의 돌기가 반사하는 빛을 암컷의 신호로 착각한 비단벌레 | 맥주병을 암컷으로 착각해 계속 매달리는 비단벌레의 사례를 연구한 호주의 연구자 대럴 그윈(Darryl Gwynne)과 데이비드 렌츠(David Rentz)가 생물학상을 받았다. 맥주병 표면의 돌기가 반사하는 빛과 색깔이 암컷 딱정벌레가 성적으로 유혹할 때 내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관찰 결과는 1983년 호주 곤충학 저널(Austrailian Journal of Entomology)에 ‘병에 매달린 딱정벌레(Beetles on the Bottle)’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논문의 결론에는 “동식물의 짝짓기 습관 등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를 고려해 맥주병을 제조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
임동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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