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1.3
프랜시스 크릭의
<열광의 탐구>는 그와 왓슨의 DNA 구조
발견의 과정과 이면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나,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과는 다른 차분함이 있다.
그래서 왓슨의 <이중나선>에서 볼 수 있는 ‘인간’들의
생생함은 별로 없으나, 과학자로서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더 많은 깨달을 수 있고, 또 <이중나선>에서
왜곡되었을지도 모를 인물들에 대한 또 다른 평가도 접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공정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복수의 의견이 더 균형잡힌 의견일 가능성은 더 높을 것이다. )
그런 그들의 업적(DNA
구조의 발견)에 대한 크릭의 설명 중 인상 깊은 구절들을 골라보았다.
우선 그들이 실제 실험 데이터는 하나도 직접 얻지 않고, 남의 데이터를 몰래 훔쳐보고는 그저 모형만을 만드는 방식으로 일을 했고, 논문을
냈으며, 유명해졌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물론 크릭도 그런
얘기를 적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 그의 대답이다.
“짐(제임스 왓슨)과
나는 서로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긴 했지만 성공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이 점만은 말하고 싶다. 우리는 성공의 실마리가 보였을 때는 즉시 그것을 움켜쥐었고, 성공이나
실패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모두 배우려 했다는 것이다.” (119쪽)
“그러면 짐 왓슨과 나는 무엇 때문에 영예를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만약 우리가 영예를 차지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끊임없는 의욕,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때 과감히 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144쪽)
“우리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금을 발견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145쪽)
- 이 글은 매트 리들리가 쓴 프랜시스 크릭의 전기 <프랜시스
크릭>에서 인용되었던 구절이고, 또한 나도 인용했던
구절이다. <프랜시스 크릭>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느낌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어영부영 우연히 금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역시 처음부터 금을 찾고 있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는 행운이었고 또 일부는 정확한 판단과 영감을 가지고 전념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51쪽)
그들은 DNA 구조에
관한 논문을 <Nature>에 발표하고도 전전긍긍했다. 특히
왓슨은 그랬다. 그들의 모형이 틀린 것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었고, 그래서 왓슨은 확정적인 말을 쓰기를 꺼렸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그들의 논문과 모형은 즉시 받아들여지고 증명된 게 아니다.
“사실 그(왓슨)는
때로 모형이 단지 공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겁냈으나” (150쪽)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을 때 매우 흥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를 포함한 누구도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 짐은 구조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며 우리가 또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167쪽)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결국 1980년대 초에야 입증된 셈이었다. 우리의 DNA 모형이 그럴 듯한 것에서 매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또 확실히 옳은 것으로 입증되기까지 무려 25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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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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