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3.28
어떤 사건에 의해 사회적 분위기의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사건이 발생한다는 얘기를 하겠다는 이 책이 맨 처음 소개하고 있는 예는 바로 초고층 건물과 경제(정확히는 주가지수)의 관계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의 비상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두바이를 칭송하고, 찾아가고, 또 연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 두바이의 비상은 '부르즈 두바이'(지금은 부르즈 칼리파)로 상징되었다. 높이 818미터의 이 초고층 빌딩은 우리나라 업체에서 시공했다해서 더욱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두바이의 영광은 얼마가지 못했다. 완공도 되기 전부터 두바이의 주가는 폭락했고 부도를 막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의 다른 제후국에 손을 벌려야만 했다.
존 L. 캐스티는 2009년 말 세계적인 마천루 다섯 곳 중 세 개가 아시아와 중동에 있고, 모두 10년 이내에 지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좀더 범위를 넓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25개 중 19개가 아시아 지역, 10년 내에 지어진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마천루 건설 경쟁이 '키 작은 사람들'이 주목받기 위해 벌이는 적극적인 행동과 비슷하다고 캐스티는 해석하고 있다. 즉 "우리가 여기 있소!"라고 선언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 국가의 주가지수의 등락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그 높디 높은 건물이 지어지기 전부터 지어지는 시점까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완공되는 시점에 채 다다르지도 못하고 급락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캐스티는 이것을 '사회적 분위기'와 연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내가 더 오싹하게 여기는 것은 저자가 바로 내용의 끝머리에 지적하고 있는 내용 때문이다. 그대로 옮겨본다.
"멀리 내다보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의미 있을 듯 싶다. 서울에 건설될 롯데월드타워 123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텐데 세계에서는 칼리파에 이어 두번째로 높을 것이다. 이 건물은 2009년에 부지 굴착 공사가 끝났고 2015년에 완공 예정이다.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곧 한국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할 것이다." (32쪽)
부디부디 이 '규칙'이 한국에게만은 예외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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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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