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3.2.23
다시 리처드 포티의 <위대한 생존자들>에서 과학에 대한 생각을 옮긴다.
"이따금 내가 고생물학자들이 하는 유형의 과학적 연구를 물리학 같은 '경성(hard)' 과학에 맞서 정당화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쪽의 도도한 무리는 우리의 과학이 '그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일 뿐이라고 비하할 수 있다. 그러나 ... 수백만 달러짜리 원자파괴 장치를 동원하여 진리를 밝혀내느 것은 아닐지라도, 이 과거의 전령이 가진 본질적인 매력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혹은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다양한 행성을 유지해야하는 지금의 현안과 관련이 있음을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225쪽)
사실은 이런게 나의 대학원 시절 내내 가졌던 딜레마였다. 버섯을 분류하는 일도 분명히 과학인데, 나는 즐거우나 누가 인정해주나 하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사이언티픽(scientific)'해보이는 분야를 찾고 싶었고, 그래서 탈출이랍시고 한게 세균이었다. 그래도 뭔가 메카니즘을 밝히는 게 아주 조금은 더 '사이언티픽'해보였으니까. 정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음에도.
지금도 더 '사이언티픽'해 보이는, 그래서 연구비를 받아낼 수 있는 주제를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호시탐탐!
그러나 여전히 아주 큰 딜레마처럼 생각했던 그 시절의 버섯 분류도 과학이고, 그 때의 방법론으로 삼았던 유전자를 이용한 분자 진화학도 과학이고, 세균의 동정 방법 개발도 과학이며, 세균의 항생제 내성 연구도 과학이라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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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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