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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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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science)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 용어로 과학자(scientist)가 쓰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과학은 그것을 직업으로 가진 이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직업(그것도 여유로운)을 가진 이들이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하는 부수적인 활동으로 여겨졌었고,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도 철학(philosophy)의 한 분과로서(‘科學’이라는 말 자체도 거기서 온 것이다) 여겨질 따름이었다.

그런데 과학이 독립된 학문으로서 기능을 하게 되고, 그것만으로 먹고 사는, 즉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바로 'scientist'라는 용어였다.


그게 윌리엄 휴얼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제안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어떤 맥락에서 제안되었는지는 잘 몰랐었다. 리처드 홈스의 『경이의 시대』에서는 그게 이렇게 제시되고 있다.


윌리엄 휴얼이 사회를 맡은 어느 모임에서 콜리지는 명칭에 관한 열정적인 토론에 가담했다. 핵심 질문은 ‘여러 실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느냐였다. 휴얼은 그 토론을 1834년 『계간 리뷰』에 아래와 같이 보고했다.

“과거에 ‘지식인(learned)'은 수학자, 고전학자, 물리 연구자, 골동품 연구자 등 모든 지식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아우르는 단어였다. 그러나 그 시절은 지나갔다. (...) 이 문제는 지난 여름 케임브리지에 모은 영국과학진흥협회의 회원들을 몹시 괴롭혔다. 그 신사들이 하는 이로가 관련해서 그들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이 없었다.

‘철학자’는 너무 광범위하고 거만한 명칭으로 느껴졌고, 고전학자와 형이상학자의 역량을 두루 갖춘 콜리지 씨에 의해 매우 적절하게 배제되었다. ‘새번(savan)'은 거드름이 느껴질뿐더러 너무 프랑스적이었다. 어떤 독창적인 산사[사실은 휴얼 자신]는 ’예술가(artist)'와 비슷한 ‘과학자(scientist)'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이미 ’경제학자(economist)', ‘무신론자(atheist)' 따위의 단어들이 있으므로, ’과학자‘라는 단어를 꺼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670쪽)


이에 대해 리처드 홈스는 이 단어가 1840년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급속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언급하면서, 이 단어의 사용에 대해 평을 하고 있다.


“‘과학자’라는 단어 하나를 둘러싼 이 논쟁은 1830년에서 1834년까지의 결정적인 전환기에 영국에서 꾸준히 불거진 훨씬 더 큰 논쟁의 맥락 안에 있었다. 명칭을 둘러싼 다툼의 저변에는 새로운 세대의 직업 ‘과학자들’이 안전한 종교적 믿음을 조장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한 세속적 물질주의를 조장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이 도사리고 있었다.” (671쪽)


이 시기 이전의 낭만주의 과학자들은 종교와 과학을 전혀 대립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과학이란 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의 경이를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낭만주의 과학의 시기가 지나면서 그에 대한 회의, 혹은 과학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싹트면서 스스로를 따로 불러야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과학에 걸맞는 용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과학자(scientist)'였다.


우스개소리로 어떤 직업을 일컫는 말로 ‘-er'이 더 지위상 높다는 얘기를 했던 친구(물론 과학을 하는 친구다)가 있다. 예를 들면 lawyer나, doctor 같은 경우를 말한다. 물론 현대에서의 얘기지만, 과학자는 ’-ist'가 끝나는 것으로 봐서 그 직업이 그리 고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는 투였다.


그런데 이 scientist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보니 꼭 그리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니라 여겨진다. 새로운 과학, 즉 종교와 분리된 독립된, 전문적인 학문으로서의 과학을 꿈꾸고 실현시킨 선구자들의 염원이 담긴 말이 바로 scientist인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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