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1.14
리처드 C. 프랜시스의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세계가 아니라 태즈메이니아데빌(또는 태즈메이나주머니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아래쪽에 붙어 있는 섬인 태즈메이니아는 포유류 중에서도 다른 대륙의 태반류와는 달리 유대류가 진화한 오스트레일리아와도 분리되어 생물상이 독특한
진화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즈메이니아데빌도 그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독특하게 분화한 유대류에 속하는
동물인데, 리처드 C. 프랜시스가 그리는 이 동물의 운명이
웬일인지 가슴에 박힌다.
리처드
프랜시스가 태즈메이니아데빌이라는 동물을 언급하는 이유는 1990년대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데빌 안면 종양증’이라는 무시무시한 감염성 암 때문이고, 그 암이 후성유전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 동물이 살아남기까지의 고된 여정이다.
태즈메이니아데빌이라는
동물보다 더 작은 확률로 살아남고, 더 힘들게 생존의 길을 걸어가는 동물이 적지 않음에도 이렇게 적어놓은
이 동물을 삶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그래도 참 평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대개의 포유류보다
발달이 덜된 상태에서 태어나는 유대류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유독 발달이 덜된 상태로 태어난다. 새끼는 작디작다. 쌀알 하나만 하다. 그러니 새끼에게는 어미의 질에서 주머니로 가는 고작 10센티미터가
거대한 털들이 울창하게 솟은 숲을 통과하는 힘든 여행 길이다. 게다가 그것은 생사를 가르는 경주다. 어미는 한 번에 30~40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젖꼭지는 4개뿐이다. 젖꼭지에
먼저 도착하는 네 마리 새끼만이 최초의 도전에서 승리하고, 나머지는 죽는다. 젖꼭지에 도착한 새끼들은 당연히 진드기처럼 젖꼭지에 달라붙어서 몇 주 동안 절대로 문 것을 놓지 않는다.” (208~209쪽)
사진으로
보는 생김새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사랑스럽거나 불쌍하게 보이지 않고, 심지어 소리는 듣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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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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